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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나이 드는 게 행복한 세상 내게도 과연 올까

중앙일보 2013.08.09 00:26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주말에 교외행 전철을 타면 어르신 천지다. 노인 무료 승차제 덕분일까. 산·명승지·시골장터 같은 곳에서도 함께 다니는 연세 지긋한 부부를 손쉽게 마주치게 된다. 볼 때마다 흐뭇하다. 겉으론 데면데면해도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춰온 애틋한 짝임이 금세 드러나니까.



 하지만 아무리 찰떡궁합이라도 수발 문제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종일 붙어 대소변 치다꺼리를 하고 갖은 지청구를 다 받아 삭이려면 어지간한 체력에 참을성 없인 힘들 테니 말이다. 간병인이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 형편엔 그림의 떡일 테고. 사실 가족 입원 때 가장 부담됐던 게 간병비다. 파견회사에 따라 하루에 단독간병인은 6만~8만원, 6인실 공동간병인은 2만~4만원이 들었다. 닷새에 한 번씩 현찰 결제를 요구했다. 단독간병인을 한 달 썼더니 입원비보다 간병비가 더 들었다. 실제로 고려대 안형식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2009년의 경우 환자 1인당 평균 입원비는 231만2000원인 데 비해 간병비는 275만원이나 됐다고 한다. 게다가 실제 입원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평균 환자 부담이 질환에 따라 11만5600~46만2400원이지만 간병비는 전액 개인 부담이다.



 사람 구하기도 녹록지 않았다. 가족이 당장 입원했는데 파견회사에선 보낼 간병인이 없다 하고, 도와줄 주변 사람은 아무도 없고, 본인은 일해야 하는 경우를 당했을 때의 그 막막함이란. 결국 수소문 끝에 간병인 퇴직자를 찾아 간곡히 부탁해 일을 맡겼지만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등에 식은땀이 솟는다. 사람 쓰는 일이 원래 그렇다지만 간병인과 호흡 맞추기도 만만하지 않았고. 결국 세계에 자랑하는 건강보험으로도, 초현대식 병원 시스템으로도, 돈과 정성으로도 맘대로 안 되는 게 간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4일 오랫동안 할머니를 수발하던 할아버지가 끝내 살해와 자살 시도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런 비극은 이제 잊을 만하면 다시 반복되는 듯하다. 현대 사회에서 노인 수발은 오래전부터 자식도, 부부도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된 게 아닐까. 사회가 나서서 풀지 않고 개인에게 맡기는 한 비극이 그치지 않을 걸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 노인 수발 문제는 어떤 중증질환보다 가족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는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걸로 보인다. 장수시대가 열렸지만 노인 대책이 뒤따라가지 못해 아직 제도나 관련 서비스 산업이 미흡한 듯하다. 간병인 없이도 간병을 도맡아 해주는 병원이 일부 있지만 아직 ‘시범’ 단계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제라도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면 부담이 되는 대신, 멋이 들고 행복해지는 세상을 나도 누릴 수 있을까.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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