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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손흥민, 내 기록 뛰어넘을 선수"

중앙일보 2013.08.09 00:07 종합 24면 지면보기
손흥민이 3일(한국시간) 독일 리프슈타트에서 열린 DFB 포칼 64강 리프슈타트(4부)와의 경기에서 슛을 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1골·1도움을 기록하며 6-1 승리를 이끌었다. [리프슈타트(독일) AP=뉴시스]


1978년 독일 축구에 진출했던 차범근. [김진경 기자]
독일 축구 분데스리가 2013~2014시즌이 10일 개막한다.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리그다.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등 독일의 두 팀이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졌다. 평균 관중은 4만 명이 넘는다. FC서울-수원 삼성전 같은 라이벌전이 매주 전국의 9개 구장에서 열린다고 보면 된다. 손흥민(21·레버쿠젠),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 박주호(26·마인츠)가 뛰고 있어 한국 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30여 년 전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볐던 차범근(60)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내일 개막 … 차붐이 보는 분데스리가
작년 챔프 뮌헨 팀 혁신 나섰지만
연착륙 못하면 도르트문트 득세



◆달라진 독일 축구=독일 자동차 벤츠는 과거 우직하고 튼튼한 차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소형 차도 잘 만든다. 전통은 살아 있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앞으로 나간다. 축구도 예전처럼 독일식 ‘전차 축구’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독일은 유로2000에서 충격적인 조별리그 탈락을 겪은 후 대수술을 시작했다. 유명한 스타들이 지방 곳곳으로 내려가 유망주 육성에 나선 게 이 즈음이다. 이때 뿌린 씨앗이 지금 열매 맺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 이어질까=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 유럽챔피언스리그, 독일 포칼 등 3개 대회를 석권했다. 최고의 성과를 냈지만 혁신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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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국가대표 출신 유프 하인케스(68) 감독 후임으로 바르셀로나를 지도했던 주제프 과르디올라(46)를 영입했다. 마리오 만주키치(27), 아르연 로번(29), 슈바인슈타이거(29), 프랑크 리베리(30), 필립 람(30), 하비에르 마르티네스(25)…. 지금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데, 마리오 괴체(21)와 티아고 알칸타라(22)를 새로 영입했다. 외형적으로는 지난해보다 더 강해졌다. 어제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축구를 추구하는 도전, 바이에른 뮌헨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구자철(左), 박주호(右)
 ◆혁신이 능사는 아니다=이 같은 도전이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눈빛만으로 척척 호흡을 맞추려면 시간이 꼭 필요하다. 스페인의 자유 분방한 기질을 지닌 지도자가 규범과 전통을 중시하는 독일 선수, 팀 문화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도 매우 궁금하다. 바이에른 뮌헨에는 리그 초반이 특히 중요하다. 연착륙하지 못한다면 경기에 뛰지 못하는 스타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바이에른 뮌헨은 도르트문트와 수퍼컵에서 2-4로 패했다.



 만일 바이에른 뮌헨이 삐걱거린다면, 그 다음 우승 후보는 도르트문트다. 독일인답지 않게 괴짜인 위르겐 클롭(46)은 독일 축구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25)를 지켰고, 헨리크 음키타리얀(23)·아우바메양(23) 등 알짜배기를 영입했다. 레버쿠젠과 샬케도 정상을 노크할 수 있 다.



 ◆내 젊은 시절 같은 손흥민=내가 뛰었던 레버쿠젠에 손흥민이 입단해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손흥민의 플레이를 보면 내 젊은 시절의 모습이 겹쳐서 떠오른다. 손흥민은 문전으로 향하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 있다. 돌파력과 슈팅력도 갖췄다. 내 기록(독일 분데스리가 308경기·98골)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이 충분하다. 하지만 동료들을 활용하는 미트 슈필(mit Spiel)은 좀 더 보완해야 한다. 구자철은 좀 더 공격적인 역할을 해도 어울릴 것이다. 마인츠로 이적을 고민 중이라고 하는데, 우선 현재 주어진 곳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이겨내야 한다. 다른 팀으로 간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자리가 생기는 건 절대로 아니다. 내가 경쟁력을 갖추면, 어딜 가도 기회가 생긴다. 박주호는 자기만의 색깔을 더 내야 한다. 크로스가 날카롭든지 움직임이 끈적끈적하다든지, 감독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매력이 필요하다.



 독일은 국가 자체가 원칙주의를 중시한다. 어느 분야든 마이스터(Meister·장인)가 있다. 축구에서도 포지션별 마이스터를 요구한다.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니 무거운 분위기와 공기가 사람의 기를 죽인다. 나도 그랬고, 독일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도 그랬다고 하더라. 손흥민과 구자철은 동료와 스스럼없이 장난치며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정리=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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