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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쓴잔 여러 번 마셨다'는 티베트 불교 스승

중앙일보 2013.08.06 00:47 종합 27면 지면보기
종사르 켄체 린포체는 “불교의 교리도 끝없이 의심하라”고 했다. [사진 세첸코리아]
티베트 불교의 영적 지도자이자 영화 감독. 종사르 켄체 린포체(52)의 이름 앞에 붙는 두 수식어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 두 정체성을 가진 그가 한국을 찾았다.


종사르 켄체 린포체 방한
영적 지도자이자 영화 감독
세 번째 작품 주제는 로맨스
"페라리 갖는 게 행복 아니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영적 스승이 죽으면 다른 모습으로 환생한다고 믿는다. 린포체는 그렇게 환생한 영적 스승을 뜻한다. 부탄에서 태어난 종사르 린포체는 일곱 살 때 티베트의 종교 개혁자 잠양 켄체 왕포(1820~1892)의 세 번째 환생자로 인정받았다. 영국 유학 중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만든 ‘리틀 부다(Little Buddha)’의 자문역을 맡아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직접 감독 데뷔한 영화 ‘컵(The Cup)’(1999년)으로 토론토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고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도 초청됐다. 세 번째 영화 ‘바라, 축복(Vara, a Blessing)’이 곧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수행자로서 그는 티베트와 인도에서 네 개의 사원을 운영한다. 모두 2000명이 수행한다. 세계 곳곳에 수행 센터 ‘싯다르타의 의도(Siddhartha’s Intent)’를 만들어 수많은 동·서양 제자를 지도하기도 한다.



 한국의 티베트 불교 수행모임 ‘세첸코리아’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5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언젠가 부처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 포교를 위해 영화를 만드나.



 “그렇지 않다. 영화 내용도 포교와 관계 없다. 첫 작품 ‘컵’은 사원 안에서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려고 애쓰는 승려의 이야기다. 두 번째 작품 ‘나그네와 마술사’는 부탄의 사회변화에 관한 내용이다. 새 영화는 로맨스 영화다. 부산영화제에 출품되면 좋겠다. 사랑에 관심이 많다. 인간이니까. 음식도 좋아한다. 훌륭한 로맨스 영화는 사랑에 실패했을 때 나온다. 나도 여러 번 사랑에 실패했다.”(웃음)



 티베트 불교에서 린포체는 결혼할 수 있다. 종사르 린포체는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자 친구는 있단다.



 - 한국 방문이 세 번째다.



 “일정이 바빠 진짜 한국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한국영화는 많이 봤다. 특히 ‘올드보이’가 인상깊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영상 역시 도저히 안 볼 수가 없었다.”



 - 티베트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지식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 같다. 교리를 끝없이 의심하고, 분석하라고 설교하는 종교는 어디에도 없지 않나.”



 - 중국 정부에 반대해 분신하는 티베트 승려가 있는데.



 “정치적 상황은 잘 모른다. 하지만 불교적 관점에서 분신은 좋지 않다. 불교와 불자는 다르다. 불자는 결국 인간이며 인간은 감정이 있다. 그런 행동 역시 많은 감정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 부탄은 국민행복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오지에 있어 현대문명을 따라잡지 못해 그런 것 같다. 부탄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긴 하지만 그게 우리의 노력의 결과인지, 우연의 산물인지 잘 모르겠다.”



 - 일상에서 행복을 찾으려면.



 “해결책은 알 수 없다. 고심하는 문제다.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물질이 아닌 다른 성격의 행복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페라리를 갖는 게 행복이 아님을 알려줘야 한다.”



윤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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