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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일본 야당의 '마쓰야마 히데키'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2013.08.06 00:33 종합 30면 지면보기
서승욱
도쿄 특파원
스타 한 명에 올인하는 일본 언론의 집중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얼마 전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도 관심은 온통 오타니 쇼헤이(19)에게 몰렸다. ‘치면 이치로, 던지면 다르빗슈’를 지향하며 투타(投打) 겸업 중인 니혼햄 파이터스의 수퍼 루키다. 3차전까지 열린 올스타전에서 그의 활약은 쏠쏠했다.



 투수로서 157㎞의 공을 내리꽂았고, 선두타자로 2루타도 날렸다. 좌익수로서 멋진 수비도 보여줬다.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도 많았지만 카메라가 먼저 향하는 곳은 늘 오타니다. 장내 아나운서로 등장한 연예인이 오타니의 팀 동료들에게 “너무 인기가 많아 팀 내에서 오타니가 이지메를 당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최근엔 국영방송 NHK의 9시뉴스까지 오타니의 전반기 성적을 결산하고 후반기의 활약을 예상하는 기획물을 방영했다. 영웅 스토리를 만들고 이에 열광하는 게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너무 극성스럽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골프계에서도 새 영웅이 탄생했다. 프로 데뷔 원년인 올해 일본 투어에서 2승을 거뒀고, 해외 메이저 대회에서도 맹활약하는 마쓰야마 히데키(21)다. 6월 US오픈과 7월 영국 ‘디 오픈’에서 일본인 역대 최고인 10위와 6위를 차지했다. 신인이라 믿기 힘든 포커페이스에 정교한 아이언 샷과 퍼팅으로 무장한 그는 단숨에 일본 골프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어린 시절 ‘꼬마 마쓰야마’의 어프로치샷 연습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언론은 이미 수퍼스타 만들기에 착수했다. 참의원 선거 개표방송이 한창이던 지난달 21일 밤 ‘디 오픈’ 독점 중계권을 따낸 일본의 민방 TV아사히는 개표방송을 가끔씩 끊고 그의 경기 장면을 보여줬다.



 뜨는 스타가 있으면 지는 스타도 있는 법. 마쓰야마의 데뷔 직전까지 일본 골프의 희망이던 이시카와 료(22)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그의 성적이 바닥을 헤매도 ‘오직 이시카와’를 외쳤던 언론들이 그를 떠나고 있다. 골프와 무관한 보험이나 영어교재 CF에까지 출연했던 이시카와는 화려한 CF 스타의 자리도 마쓰야마에게 넘겨야 할지 모른다.



 디 오픈과 함께 끝난 참의원 선거의 결과는 아베 신조 총리와 자민당의 압승이었다. 스타에 목마른 일본적 풍토에서 당분간 아베의 독주 시대가 이어질 것 같다. 중의원에다 참의원까지 석권한 아베 정권은 벌써 오만한 맨 얼굴을 거리낌없이 내밀기 시작했다. 부총리는 나치의 개헌 수법을 배우자고 주장하고, 문부과학상은 “한국의 민도(民度)를 묻게 된다”며 시비를 건다. 안타까운 건 아베 정권을 견제할 야당의 스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 국민들이 아베의 독주를 용인한 데엔 매력 있는 야당 지도자의 부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베와 자민당의 오만한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일본 야당의 마쓰야마 히데키’가 하루빨리 나타나길 기대한다.



서승욱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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