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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이틀 전 일을 당신은 얼마나 기억하시나요

중앙일보 2013.08.06 00:30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두 달이 지났다. 재작년 이 난을 통해 소개했던 ‘이틀 전 일기’ 이야기다. 사람의 뇌는 나이가 들수록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꿔 저장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기억력 약화를 늦추는 방법으로 일본의 시라사와 다쿠지 박사가 권한 게 당일 아닌 이틀 전 일을 기억해 일기를 쓰는 습관이다. 6월 초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한자어로 ‘재작(再昨)일기’라고 그럴듯한 이름도 붙였다.



 처음부터 난관투성이였다. 한 달도 아니고 바로 이틀 전의 내 하루가 이렇게 가물가물할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점심을 누구와 먹었는지, 저녁은 어떻게 보냈는지 아무리 애써도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 동료 네 명이 외부 인사와 점심 먹은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우리 측 네 명 중 한 명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적도 있었다. 한 시간 이상 기억의 미로를 헤매다 외부 인사가 준 책자를 한 동료가 한꺼번에 챙겨왔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쳤다. 그 순간의 대화와 장면을 되살리자 비로소 얼굴·이름이 환하게 잡혔다. 시험에서 100점이라도 받은 양 기뻤고, 한편으로 이 지경이 돼버린 기억력이 슬펐다. 고백하자면 두 달치 중 3분의 1 정도는 일정을 따로 기록해둔 수첩을 커닝해가며 썼다.



 침팬지·오랑우탄도 3년 전 일을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덴마크 과학자들이 침팬지 15마리, 오랑우탄 4마리를 대상으로 먹이를 구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감추는 모습을 보여주고 나서 3년 뒤 같은 환경에 놓이게 했더니 도구를 금세 찾아내더라는 것이다. 과연 가까운 조상을 인간과 공유하는 유인원답다. 그런가 하면 쥐의 뇌에 실제와 다른 ‘가짜 기억’을 심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뉴스도 지난달 나왔다. 사람의 기억력이 적어도 지구 생물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그 기억력이란 것도 왜곡·소실·변형·창작되기 쉬워 마냥 자신할 것만은 아닌 듯하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은 쇠퇴하나 개인차가 크다. 문학평론가 유종호 선생의 자전 에세이 『나의 해방 전후 1940~1949』를 읽으면서 초등학교 시절 교사·급우들의 이름을 빠짐없이 언급하는 놀라운 기억력에 경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수학자 오일러는 잠이 오지 않을 때 1부터 100까지 각 숫자의 6제곱수를 암산으로 읊은 후 다시 그 6제곱수들을 모두 더하는 놀이를 했다고 한다.



 보통사람들이야 지금 간직한 기억이라도 노년까지 제대로 유지하면 대만족이다. 중년 이상 세대라면 시험 삼아 이틀 전 일기에 도전해볼 만하다. 사소한 일도 명징하게 되살려보려는 습관이 생긴다. 무엇보다 기억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불완전한 기억에 편견 가득한 해석을 버무려 만들어진 도그마들로 인해 세상엔 얼마나 많은 다툼이 일고 있는가.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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