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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폭우, 공연 소음, 자살소동 … 천막당사는 괴로워

중앙일보 2013.08.05 03:00 종합 4면 지면보기
소나기가 쏟아진 4일 오전 서울시청 앞 민주당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연석회의.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시작하자마자 어디선가 ‘쿵쿵쿵~ 손 머리 위로~’ 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때마침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된 콘서트 무대에서 가수들이 공연 리허설을 시작한 것이었다. 김 대표는 발언 중간중간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무대를 바라봤다. 당황한 일부 당직자들이 급히 달려가 “잠시만 소리를 낮춰 달라”고 요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흘간 지켜본 민주당 장외투쟁
폭우에 천막 무너지며 감전 위험
김한길 마이크 잡자 쿵쿵쿵 굉음
시위꾼 들이닥쳐 욕설 퍼붓기도

 이어진 전병헌 원내대표의 발언 때는 무선 마이크 주파수까지 혼선을 빚어 스피커에서 ‘삐이익’ 하는 잡음이 터져 나왔다. 전 원내대표는 “도처에 방해꾼이 많이 있군요”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져 천막 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 민주당 천막당사를 차린 지 나흘째. 민주당 안팎에선 ‘천막당사 수난시대’란 말이 나온다. ‘국민과 함께하겠다’며 야심 차게 한여름 폭염 속 천막당사를 만들었지만 주변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날씨다. 땡볕 아래 천막까지 쳐놓으니 내부 온도는 ‘찜질방’이나 다름없다. 하루 종일 천막을 지키는 당직자들과 기자들은 연신 부채질을 해보지만 흐르는 땀을 멈출 순 없다. 전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기자들에게 선크림까지 나눠줬다. 그러자 일부 기자들이 “장기전으로 가겠다는 뜻이냐”며 웅성거렸다. 전 원내대표는 “장외투쟁 기간은 순전히 새누리당에 달려 있다”고 응수했다. 4일 오전엔 임수경 의원이 기자들에게 팥빙수를 돌렸다. 무더위에 지친 기자들을 달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수시로 쏟아지는 폭우도 버거운 존재다. 지난 2일 오전 의원총회 때는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천막 안으로 물벼락이 쏟아졌다. 천막 천장 사이에 설치한 비닐이 빗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터진 것이었다. 당직자들은 전기사고를 우려해 급히 전력 공급을 차단했다.



 또 다른 골칫거리는 이른바 ‘시위꾼’들이다. 장외투쟁 첫날인 지난 1일 저녁엔 50~60대 남녀 20여 명이 천막 기자실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일부 방송기자들의 얼굴을 카메라로 촬영하며 “XX” “곧 죽을 거다”라는 등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마구 쏟아냈다. 현장을 지키던 경찰관 10여 명과 당직자들이 급히 달려와 제지하는 바람에 더 이상의 불상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는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1인 시위자들의 ‘방해 행렬’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2일 오후엔 때 아닌 자살 소동까지 벌어졌다. 자신의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50대 남성이 “법이 존재하는 이유가 뭐냐”면서 갑자기 천막당사 바로 옆에 있는 5m 높이의 나무에 올라간 것이다. 순식간에 구경꾼 100여 명이 몰려들었고 급히 출동한 119구조대는 투신에 대비해 ‘에어 매트리스’까지 설치했다. 아수라장으로 변했던 현장은 남성이 30여 분 만에 나무에서 내려오며 종결됐다. 혹시나 천막 위로 뛰어내릴까 노심초사하던 당직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흡연자들의 고충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시청 앞 광장 일대가 흡연 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흡연자들은 수소문 끝에 몇십m 떨어져 있는 인근 빌딩의 흡연실을 찾거나 단속의 눈길을 피해 쉬쉬하며 담배를 태울 수밖에 없다.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취재진의 카메라와 노트북을 지키기 위한 기자들과 공보실 당직자들의 고생 아닌 고생도 애달프다. 천막당사엔 신문·방송 등 50여 명의 기자들이 번갈아 가며 상주하고 있다. 당직자들과 기자들은 혹시 있을지 모를 도난 사건에 대비해 식사 시간에도 교대로 천막 기자실을 지키고 있다.



 한 당직자는 “무더운 날씨만으로도 버거운데 폭우에 시위대에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정말 힘들다”며 “장외투쟁 하기 전에 어느 정도 각오를 하긴 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다들 낮에만 힘든 줄 아는데 심야엔 근처 노숙자들까지 천막으로 몰려온다”며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말 그대로 ‘수난시대’다.



글=이윤석 기자

이지희 인턴기자(한국외대 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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