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년 정국 파행 오늘이 분수령 … 타결 열쇠 쥔 3인의 행보

중앙일보 2013.08.05 01:43 종합 3면 지면보기
박의 구상



정무수석 이르면 오늘 임명

친박계 아닌 비정치권 인사

민주당과 관계개선 나설 듯






박근혜(사진) 대통령이 정국 돌파를 위해 정무수석 인선 카드를 뺄 태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이르면 5일, 늦어도 이번 주초 내에는 정무수석을 임명할 것으로 안다”며 “박 대통령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비정치권 인사를 정무수석으로 중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당에서 중진급으로 대야 관계가 좋은 친박계 인사 4명을 정무수석으로 추천했으나 당 추천 인사는 이번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두 달 넘게 청와대 정무수석을 공석으로 비워뒀다. 그러나 여름 휴가 구상을 통해 정무수석 인사를 계기로 야당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쪽으로 생각을 가다듬은 것이란 게 주변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담판 제의엔 침묵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 바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회가 있는 만큼 현재 입장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박 대통령이 선뜻 야당에 손을 내밀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만날 수는 있지만 만남 이후의 결과와 모양새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다. 회동에서 김 대표가 요구사항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데 만약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여야 관계가 오히려 더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민주당이 북방한계선(NLL) 관련 대화록 공개로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를 파행시킨 책임자로 보고 있는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해임 요구를 할 경우 박 대통령의 입장이 난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민주당 내부가 친노(親盧)·비노(非盧)로 갈려 있어 회담을 제의한 김 대표의 주도권 장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야당의 대치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여권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하반기에는 민생정책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데, 야당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 각종 법안 처리 등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호 기자





김의 고민



자신이 주도한 첫 대중집회

친노 좌장 없이 장외투쟁 중

성과 못 내면 리더십 타격






민주당 김한길(사진) 대표에게 장외투쟁은 익숙하지 않다. 선거를 빼면 자신이 주도하는 대중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장외집회 초반에 대한 당내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다. “의회주의자 김 대표가 의외로 잘한다”는 농 섞인 말들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 그는 결실을 따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도, 국정원 국정조사 정상화도, 어느 것 하나 아직 이룬 건 없다. 문재인·이해찬 의원 등 노무현계 좌장들이 뒤로 빠져 있는 상황에서 그는 리더로서 해법을 내놔야 한다. 동시에 대선 불복으로 비치지 않도록 투쟁의 방향과 수위를 조율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김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리더십 시비(是非)다. 그가 장외투쟁을 선언할 때(7월 31일) 당 안팎에선 ‘강경파에 밀려 장외로 나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지난달 하순께 비밀리에 만나 국정조사 증인 채택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를 봤다”며 “그런데 합의가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자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박근혜 대통령뿐이며,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선 장외투쟁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낸 상태였다”고 말했다. “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도 “ 김 대표가 의총 하루 전에 이미 서울광장 사용 여부를 알아보라고 당직자에게 지시했다”며 떠밀려 장외로 나갔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문제는 김 대표가 장외투쟁을 통해 야당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어느 정도의 결실을 얻어내느냐 하는 데 있다. 공교롭게 장외투쟁 기간이 휴가철과 겹친 데다 땡볕더위가 이어지고 있어 투쟁의 동력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증인(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의 채택→국회 국정조사의 정상화→국정원 개혁의 3각 고리에서 어느 정도 성과물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 무대 뒤에 잠복해 있는 문재인·이해찬 의원 등 친노무현계들이 전면에 나서는 빌미를 줄 수도 있다.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가 정상화되려면 적어도 5일엔 여야가 증인 채택 등에 합의해야 한다. 김 대표에겐 이번 주 초반이 리더십을 다지는 분수령이 전망이다.



강인식 기자





문의 관망



장외투쟁 대신 지역구 돌아

대선 불복 프레임 거리 두기

협상 결렬 땐 상경 가능성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국면을 주도했던 민주당 문재인(사진) 의원이 장외투쟁 나흘이 지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문 의원은 소속 의원 127명 중 112명이 참석해 진행한 민주당의 첫 촛불집회(3일·청계광장)에도 참석하지 않고 지역구인 부산에 머물렀다. 더욱이 “대화록 실종에 혹여 귀책사유가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7월 26일)는 성명을 낸 후 열흘 가까이 아무런 메시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문 의원 측 윤건영 보좌관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선 불복 프레임이 가장 두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어떤 행동을 해도 곡해당하게 돼 있다. 결국 고생하는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면서 “(문 의원은) 당분간 조심스럽게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말 속에 문 의원의 고민이 담겨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경쟁했던 제1야당의 후보가 장외투쟁에 나설 경우 대선 불복 논란에 휘말릴 수 있고, 이로 인해 민주당과 야권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청와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문 의원은 대통령 탄핵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역풍을 맞는 걸 생생하게 경험했다. 그런 만큼 지금은 자칫 대선 불복으로 비칠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란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또 “김한길 대표가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안한 상황이고 지도부가 잘 풀어가고 있는데, 문 의원의 등장으로 (협상은 죽고) 투쟁만 부각될까 염려스럽다”고 했다. 장외투쟁에 합류할 경우 당 지도부의 입지를 위축시켜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마냥 침묵만 하진 않을 것 같다. 문 의원의 상경 시점을 묻는 기자 질문에 김 본부장은 “협상이 결렬되고 남은 방법이 투쟁밖에 없을 때는 올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문 의원의 상경은 아마도 국정원 개혁에 대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NLL(북방한계선) 논란 종식 ▶대화록 실종 의혹 해소 ▶국정원 개혁이 문 의원의 세 가지 목표라며 “이를 위해 당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인식 기자



관련기사

▶ 황우여, 박 대통령-여야 대표 3자 회담 제안

▶ 김한길 "대통령-野 대표 회담, 오늘은 답 줘야"

▶ 최경환 "대통령과 담판? 여당 무시·민주주의 부정"

▶ 폭염에 찜질방변신, 폭우에 무너진 천막…괴로운 민주 천막당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