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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현정은 회장에게 구두친서

중앙일보 2013.08.05 01:36 종합 5면 지면보기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이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정상화와 관련해 “북한은 침묵이 아닌 말과 행동으로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뒤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방북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구두친서를 전달받음에 따라 현대의 금강산 사업 재개에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10주기를 맞아 4년 만에 금강산을 방문한 현 회장은 원동연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으로부터 김정은의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남측 인사가 김정은의 친서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은 친서를 통해 “정몽헌 전 회장의 명복을 빌며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정몽헌 선생 가족과 현대그룹의 모든 일이 잘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막후 실세 원동연 통해서 전달
금강산 관광 의중 전했을 수도
정부 "인내심 한계 … 의지 보여라"



 현 회장은 “추모식 때문에 갔다 온 거니깐 성과를 말하기는 어렵다”며 “개성공단 문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북측의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남정책의 실무를 맡고 있는 원동연 부부장이 직접 친서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한 김정은의 의중이 간접 전달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09년 이후 북한은 고위급 인사 대신 실무진만 추모행사에 보내왔고 이번에도 원 부부장이 참석한다는 언질이 사전에 없었다. 원 부부장은 개성공단 등 대남업무의 총책을 맡고 있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최측근으로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 당국 간 회담의 북측 대표단 명단에 올랐었다. 차관급임에도 보장성원(안내요원)으로 이름이 올라 ‘막후 실세’라는 분석이 나온 인물이다.



 한편 북한이 우리 정부의 ‘마지막 개성공단 회담’ 제안(7월 28일)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과 관련, 통일부는 4일 김형석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라며 “(북한이) 침묵이 아니라 책임 있는 말과 행동으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개성공단 중단 이후 피해 기업 실태 조사 결과 투자자산 4500억원 피해 외에 영업손실만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북한 당국이 기업 손실에 대한 피해 보상 등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피해 액수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개성공단 ‘계산서’를 꺼내든 만큼 이번 주에는 본격적으로 ‘중대 결단’의 세부 조치를 북한에 최후 통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부터 북한이 비판 중인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시작되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5일까지 입주 기업들이 신청한 남북경협보험금(2723억원 규모)에 대한 심의를 거쳐 조만간 보험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공단에 대한 단전(斷電)·단수 조치와 공단 가동 중지 공식화 등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바캉스 정권 비판=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차관보급) 등 대북 업무 주요 인사들이 5일 여름 휴가를 떠나는 데 대해 민주당이 이례적으로 ‘바캉스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4일 김정현 부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통일부 장관의 휴가는 정부가 개성공단을 포기했다는 사인을 대내외에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안이하기 짝이 없는 부적절한 상황인식”이라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 업체의 심정을 생각해서라도 휴가를 자진 반납하고 개성공단 정상화에 전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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