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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저스 소년가장? 커쇼 알면 큰일 날 말"

중앙일보 2013.08.05 01:28 종합 6면 지면보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10승을 거둔 류현진(26·LA 다저스)이 시카고에서 작은 파티를 열었다.


10승 자축 파티서 만난 류현진

 류현진은 지난 3일(한국시간) 일리노이주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전에서 5와 3분의2이닝 동안 안타 11개를 맞았지만 6탈삼진 무사사구를 기록하며 시즌 10승(3패·평균자책점 3.15)째를 거뒀다. 다저스 타선이 일찌감치 터져 6-2로 낙승했다. 많은 안타를 맞았지만 류현진의 표정은 밝았다. 큰 위기 없이 10승까지 달려온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류현진은 시카고의 한인 교포가 운영하는 고깃집을 찾았다. 전날에 이어 또다시 나타난 류현진을 본 식당 사장이 “10승 거둔 걸 정말 축하한다”며 반갑게 맞았다. 류현진은 “어제 고기를 잘 먹어서 힘을 냈습니다”라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류현진의 통역인 마틴 김 등 지인 몇몇과 치른 조촐한 10승 자축 파티였다. 그 자리에서 류현진을 단독으로 만났다.



후반기 3연승, 동료 도움 많이 받아



 -오늘 쉽지 않은 경기를 했다.



 “아. 시카고 컵스 타자들, 잘 친다. 내가 썩 좋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고. 신시내티(7월 28일, 7이닝 1실점)와 붙었을 때처럼 던졌어야 하는데 꾸역꾸역 막았다. 쩝…. 타선이 초반에 터져 편하게 던졌다. 이런 경기(승리)가 있어야 나중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전반기엔 다저스의 ‘소년가장’이었는데 이제 가세가 넉넉해진 것 같다.



 “아유, 그런 말 클레이튼 커쇼가 들으면 큰일 난다. 동료들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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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은 전반기에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 불펜·수비·타선 모두 받쳐주지 않아 ‘한화의 소년가장’으로 불렸던 국내 시절을 다시 보는 듯했다. 이젠 다르다. 류현진은 폭발적인 타선 덕분에 후반기 3연승을 이어가고 있고, 커쇼도 10승(6패·평균자책점 1.87)을 거두고 있다. ‘소년가장’들이 잘 버텨준 덕분에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 50경기 이상 남았는데 벌써 10승을 거뒀다.



 “시즌 목표가 10승이었다. 이제 다음 승리, 11승을 목표로 해야 한다.”



 -야구는 성공적이다. 야구 외 생활은 어떤가.



 “(단호하게) 없다. 미국은 참 할 것이 없다. 지난 원정이 뉴욕이었는데 타임스스퀘어에도 가지 않았다.”



 옆에 있던 마틴 김은 “뉴욕에서 가볼 만한 곳을 소개했는데 현진이가 숙소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더라”고 했다.



야구 외엔 할 게 없어 주로 숙소서 지내



 -LA에서는 어떤가. 부모님도 오셨다는데.



 “밖에 잘 나가지 않으려 한다. 부모님도 수퍼마켓 갈 때나 문밖 출입을 하신다. 마틴 형이 있어야 가끔 나가는 정도다.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때 한 교민이 “며칠 후 한국에 가는데 친구들에게 자랑해야겠다”며 류현진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류현진은 “한국 가세요? 아, 부럽다”며 눈을 크게 떴다.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걸 즐기는 류현진에게 미국 야구가 재밌을지 몰라도 미국 생활은 무료한 것 같았다.



 -홈 경기 때는 아주 편안해 보인다. 그러나 원정 때는 아닌 것 같다.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원정 경기 때 찍힌 사진을 보면 지친 표정이 많다. 미국 내 시차 2~3시간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근데 야간경기 끝나고 새벽 2시에 자다가 다음 날 시차가 바뀌면 4~5시에 자는 셈이다. 이거 장난 아니다.”



 -아시아 선수들이 그래서 첫 시즌 고생하고 2년차 때 더 좋은 성적을 낸다.



 “그런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성적이 더 좋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요즘 햄버거 잘 안 먹어 … 거의 한식



 -좋아하는 햄버거는 요새 얼마나 먹나. 미국은 ‘햄버거의 천국’이다.



 “헤헤. 잘 안 먹는다. 거의 한식만 먹는다.”



 옆에서 마틴 김이 “현진이가 요새 살 빠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거들었다.



 간단한 식사가 끝나고 류현진은 시카고 다운타운에 있는 숙소로 돌아갔다. 호텔 앞에는 꽤 많은 미국인이 다저스 선수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류현진을 그들은 한눈에 알아보고 “류, 다음에도 멋진 경기 해줘요”라고 소리쳤다. ‘코리안 몬스터’는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시카고=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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