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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세계 자궁경부암 사망 2분에 1명 꼴 … 백신이 유일한 희망

중앙일보 2013.08.05 01:11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세계에는 매년 52만9000여 명의 자궁암 환자가 발생한다. 사망률도 높다. 2분마다 여성 1명씩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다. 국내에서는 3만8000여 명이 투병하고 있으며, 1년에 약 1000명이 목숨을 잃는다. 자궁경부암은 조기 발견해 수술을 받으면 완치율이 높다. 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자궁을 들어내는 것은 물론 고통스러운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을 장기간 받아야 한다. 환자의 육체적·심리적 고통이 크고 사회적인 손실도 막대하다. 우리나라는 국가 암검진사업과 계몽으로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14.5건으로 동아시아 평균 11.9건보다 많아 아직도 후진국 수준이다.



자궁경부암의 예방에 획기적으로 기여한 것은 HPV(인유두종 바이러스)백신이다. 거의 모든 자궁경부암 환자에게서 암의 유발인자인 HPV가 발견되며, HPV16 또는 18형이 70%를 차지한다. HPV백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 자궁경부암을 예방한다. HPV백신 효과는 선진국에서 확인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HPV백신을 국가 접종사업으로 도입한 호주에서는 시행 2년 만에 18세 미만 여성에게서 자궁경부암 전단계인 고등급 상피내 종양이 74% 감소했다. 유럽의 24~45세 여성은 백신 접종 후 자궁경부 상피내 종양이 94.1% 예방된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은 백신 도입 후 10대 여성의 HPV 16, 18형 감염률이 50%나 감소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백신과 관련된 이상반응 사례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우려할 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백신의 긍정적인 효과는 무시되고 이상반응만 지나치게 확대되고 있다. 400만∼800만 명당 1명 꼴로 나타나는 극소수의 사례만 부각되는 것이다. 다른 백신에서도 보고되는 경미한 이상반응까지 심각한 문제처럼 포장됐다. 그 결과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HPV백신을 맞으려던 여성이 접종을 망설이고 있다. 여성건강과 생명보호를 위해 권장해야 할 암백신이 거꾸로 공포의 대상이 되는 사회 분위기가 의사로서 지극히 안타깝다.



세계보건기구(WHO),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내 의학자 단체, 미국질병관리센터(CDC)는 HPV백신과 일본의 희귀 사례는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과학적 견해를 밝혔다. 호주·미국·영국을 포함해 HPV백신을 국가 예방접종으로 채택한 43개 국가에서도 자국의 청소년에게 HPV 백신을 계속 접종하고 있다. 이번 일의 진원지가 된 일본도 홍보사업만 중단했을 뿐 국가 차원에서의 접종을 계속하고 있다.



백신은 가장 적극적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수단이다. 여성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여성 자신도 침소봉대된 내용을 믿고 근거 없는 두려움을 키울 것이 아니라 백신 접종의 득실을 따져 자신에게 이로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김영탁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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