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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소득·건강 다 잡은 '어르신 행복 일터'

중앙일보 2013.08.05 01:09 종합 12면 지면보기
전북 완주군 경천면 오복 두레농장에서 주민들이 복분자 줄기를 묶어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완주군에는 마을별 두레농장이 10개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300여 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프리랜서 오종찬]
‘마을회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TV를 시청하거나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낸다’ ‘노인 몇 명이 한집에 모여 부침개 등 요리를 해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개설 4년째 전북 완주 친환경 두레농장 가보니
마을 노는 논?밭 임차해 공동 경작
지자체선 운영비, 전담 지도사 지원
일당 받고 연말엔 수익금 배당 받아

 전국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풍경이다. 논밭을 소유한 노인들도 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경로당 등을 찾아 소일한다. 혼자 농사짓는 게 힘에 부치고 외로움을 느끼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북 완주군의 농촌 모습은 여느 곳과 사뭇 다르다. 6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노인들이 한데 모여 농사짓기에 분주하다. 3일 오전 7시에 찾은 비봉면 평치마을의 두레농장이 그랬다. 10여 명이 300㎡ 시설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의 잔가지를 쳐주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부분 70세 이상의 할머니·할아버지다. 강숙희(71) 할머니는 “여기서 여럿이 함께 대화를 하며 일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돈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여기에 나와 일하고 있다. 노인들은 하루 6~8시간 일하면 4만원의 일당을 받는다. 봄·가을엔 일이 많아 거의 매일 나온다. 하지만 날씨가 더운 요즘엔 2~3일에 한 번꼴로 나와 3~4시간씩 일한다. 여름철엔 한 달에 20만~30만원, 가을 수확기에는 70만~80만원씩 번다. 노인들은 이렇게 번 돈을 생활비에 보태고 손주에게 용돈도 준다. 농사는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짓는다. 상추·수박·토마토·딸기 등 작물도 다양하다.



 두레농장은 2009년부터 완주군이 운영하는 마을 공동체 형태의 일자리 창출 공간이다. 농촌에서 하릴없이 소일하는 노인들에게 일터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마을의 노는 논·밭(6000~1만㎡)을 빌려 60세 이상 주민들에게 공동 경작지로 제공했다. 주민 가운데 한 사람이 위원장을 맡아 농장 관리와 운영을 책임진다.





 완주군은 연간 5000만~2000만원씩 5년간 지원한다. 영농에 필요한 자재 구입 비용 등이다. 전담 지도사가 영농방법도 돕는다. 생산한 농산물은 완주군과 농협이 공동 운영하는 직매장(로컬푸드)에서 대신 팔아준다. 농민들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인 판로 걱정까지 덜어준 셈이다.



 두레농장은 현재 완주군에서 10개가 운영 중이다. 모두 300여 명의 노인이 일자리를 얻었다. 소양면의 인덕 두레농장은 15명이 나와 참나물·파프리카를 재배한다. 구이면 구암 두레농장은 친환경 딸기·홍양파를 생산한다.



 두레농장 운영은 일자리와 소득·건강까지 챙기는 등 1석3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평촌 두레농장 위원장인 유희빈(67)씨는 “농촌 노인들은 매월 9만여원의 노령연금을 받을 뿐 사실상 별다른 수입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두레농장은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두레농장은 재배한 농산물 등을 팔아 연말이면 조합원들에게 수익금을 배당하고 나머지는 적립한다. 구암 두레농장은 적립금이 7000만원을 넘어섰다.



 용진면 두억마을은 주민 16명이 지난 4월 두레 형태의 ‘농가 레스토랑’을 열었다. 불고기 바비큐와 보쌈, 집에서 직접 담근 반찬류를 메뉴로 제공해 한 달에 3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앞으로 두레농장의 친환경농산물을 대표하는 통합 브랜드를 만들고, 농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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