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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정보 투명하게 공개 … 환자에게 의료선택권 돌려줘야

중앙일보 2013.08.05 01:08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김광태 국제병원연맹 회장은 “병원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다.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강화해 환자가 가고 싶은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정 기자]


병원은 아직까지 환자에게 계륵(鷄肋) 같은 존재일 수 있다. 아플 땐 무조건 찾아야 하지만 의사의 설명 부족, 치료 후 부작용에 대한 우려, 부담스러운 의료비는 병원을 꺼리게 한다. 환자가 마음 편히 이용하는 친근한 병원은 요원한 걸까. 지난 6월 19일 취임한 국제병원연맹(International Hospital Federation·IHF) 김광태(76·대림성모병원 이사장) 회장은 “병원은 환자가 가고 싶은 곳이 돼야 한다. 세계 병원의 패러다임은 환자 선택권 확대와 환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앞으로 2년간 국제병원연맹을 이끌어 갈 사업 구상으로 바쁜 김 회장을 만났다. 그가 그리는 ‘환자가 행복한 병원’은 어떤 모습일까.

[인터뷰] 국제병원연맹 신임 회장 맡은 김광태 이사장



김 회장은 “국제병원연맹의 미션은 ‘잘 챙겨주는 병원(well management hospital)’”이라며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IHF 수장에 선출됐다. IHF 미션에 부합하는 김 회장의 병원경영 철학과 우리나라 병원의 국제 위상이 합쳐진 결과다.



그는 내년 11월 IHF 정상회의를 국내에서 개최한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이 회의에선 병원·의료계의 이슈·정책·신기술을 공유한다. 내년 주제는 고령화에 따른 병원의 역할 재정립이 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진료비의 40%, 사망 1년 전 개인 의료비의 90%를 소비한다”며 “세계는 고령사회를 맞아 최소 비용으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병원의 역할 재정립엔 환자가 중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병원과 의료진이 일방통행식으로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환자에게 상세하게 진료 정보를 공개해 의료선택권을 줘야 환자의 지식이 늘고 의료비가 절감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이 환자가 가고 싶은 병원을 만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IHF 가입국 간 네트워킹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환자의 권리 강화를 위해 세계 병원의 수술 건수·부작용·합병증·서비스 등을 공개하는 병원 정보 지식포털 구축도 구상 중이다.



그는 “의료관광 등 환자의 국경이 사라진 시대에 병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국제병원연맹이 해야 할 일”이라며 “결국 병원이 서비스를 개선해 환자 중심의 병원으로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대림성모병원의 모토도 ‘친절한 병원’ ‘고객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병원’ ‘원칙을 지키는 병원’이다. 이 같은 환자 중심 철학은 2005년 문을 연 갑상선센터에 반영돼 있다. 김 회장은 “다른 병원은 갑상선암 검사부터 수술까지 2~3주 걸린다”며 “하지만 대림성모병원은 진료 접수와 동시에 초음파·조직검사를 하고, 3일 뒤 검사 결과가 나오면 바로 치료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한 명의 의사가 하루 한 명의 갑상선암 환자만 수술하는 것도 특이하다. 김 회장은 “갑상선암 수술은 도장을 파듯 미세하고 정밀한 수술이므로 의사에게 부담을 줄여줘야 수술 결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이곳은 갑상선암 수술 후 흔히 나타나는 목소리 신경 손상이나 출혈 등 부작용이 매우 적다. 그는 “수술 후 재발률이 0.2%로 다른 병원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이곳 갑상선센터엔 한 해 평균 1만4000여 명의 환자가 찾는다.



김 회장은 “환자를 잘 챙겨주는 병원은 최고의 화음을 만드는 오케스트라처럼 첨단 의술, 최신 시설, 신약 등 다양한 전문 분야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며 “한국은 이런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병원연맹(IHF)=세계 병원을 대표하는 국제기구로 1929년 설립한 비영리·비정부 조직. 100여 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사무국은 스위스 제네바. 김광태 회장은 한국 최초, 아시아 두 번째로 IHF 회장이 됐다. 김 회장은 가톨릭대 의대 출신으로 1969년 대림성모병원을 개원해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회장, 세계병원협회 이사, 아시아병원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국내 병원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임기는 2015년 6월까지.



글=황운하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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