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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값은 L당 106원 올랐는데 우유 값은 왜 250원이나 올리나"

중앙일보 2013.08.05 00:56 종합 14면 지면보기
서울우유·매일유업 등이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인상돼 우유값을 곧 올리겠다”고 예고하자 소비자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우유업체가 원유 가격뿐 아니라 제조·유통업체의 이익까지 감안해 원가 상승분의 2배가 넘게 값을 올렸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반발
우유업체 "5년 만에 처음 … 인건·물류비 상승분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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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소비자연맹 등 10개 주요 소비자단체가 연합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협)는 4일 “우유업체가 올리기로 한 1L당 250원 중 원가 비용은 106원밖에 안 된다”며 “나머지 144원 인상은 즉시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업계 1위인 서울유업과 업계 3위인 매일유업은 각각 이달 9일과 8일부터 흰 우유 가격을 1L당 250원 올리겠다고 밝혔다. 업계 2위인 남양유업 관계자도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달 말 이후 다른 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푸드도 파스퇴르 유제품 전체 가격을 7.9% 올리기로 하고, 세부 인상시기를 조율 중이다. 푸르밀은 이달 20일께 흰 우유 가격을 10.6%, 요구르트와 가공유 가격을 7∼8% 올린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요플레·바나나우유·투게더 등 우유 원료 비중이 큰 제품이 주력인 빙그레도 이달 안으로 10% 안팎으로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다.



 원유 가격은 지난 1일부터 12.7% 올랐다. 2011년 8월 이후 2년 만이다. 우유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폭은 10% 후반이다. 그런데 왜 소비자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까. 1L당 원유 가격이 106원 올랐는데 우유값은 250원이 올랐으니 나머지 144원은 원재료 값 상승과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소협은 “원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제조·유통업체가 자신들의 마진까지 가격 인상에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주요 우유업체 관계자는 “우유업체 마진이 인상에 반영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라며 “지난 5년 동안 우리 쪽 인건비·물류비 상승분을 제품 가격 인상 때 전혀 반영하지 못했었다”고 주장했다. 2011년 8월 원유 가격이 올랐을 때 하반기에 우유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했지만 이때는 원가 상승분에 대리점·유통업체의 마진만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리점과 유통업체의 경우 가격에 비례해 마진을 가져가도록 정해져 있다”며 “이번에 소협이 문제 제기한 144원을 대리점·유통업체와 나눠 가지면 제조업체의 마진은 50원 미만”이라고 말했다.



 소협은 우유값 인상을 이유로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 다른 식품의 가격까지 동반 상승할 것을 우려했다. 또 국내산 원유를 쓰지 않는 빵·과자 업체들이 우유값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지 감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SPC 관계자는 “우유는 빵을 만들 때 밀가루·설탕·달걀 다음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재료”라며 “우유값 인상만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임대료·인건비 상승 등의 부담을 그대로 안고 왔기 때문에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우유값 인상에 따라 우유를 많이 쓰는 카페라테·카푸치노 등의 가격을 올릴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소협은 “원유 가격 연동제로 매년 원유 가격이 오르게 되면 이를 빌미로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를 우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원유 가격 연동제는 해마다 원유 기본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3~5년을 주기로 원유 가격을 결정할 때마다 농가와 우유업체 간에 갈등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매년 8월 사료·환율 등 우유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원유 가격을 정하게 된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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