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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의 우리 역사 속의 미소] 사랑과 나눔의 따뜻한 미소

중앙일보 2013.08.05 00:55 종합 28면 지면보기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초복과 중복이 지나고 이제 말복이 다가오는 무더위가 가장 절정에 이르는 계절이다. 우리에게는 복날에 대청마루나 평상에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수박을 나눠 먹던 추억이 새롭다. 신사임당은 수박을 핥아 먹는 두 마리 쥐의 모습을 아주 귀엽고 예쁘게 그려내고 있다. 수박과 패랭이꽃 위에 나비 두 마리가 날아가는 신사임당의 초충도 8폭짜리 병풍 중의 한 장면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천재 율곡의 어머니로 너무나 잘 알려진 신사임당(1504~1551)은 강릉에서 다섯 자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재주가 남달랐다. 아버지가 특히 그 재능을 귀히 여겨 북돋아주었다. 결혼 후에도 아버지 3년상을 치르고 친정어머니를 보살피느라 강릉에 머무는 기간이 많았다. 동해바다에 검은 용이 신사임당의 치마폭으로 파고드는 꿈을 꾸고 이튿날 율곡이 태어났다 하여 이름 지은 몽룡실을 지금도 오죽헌에 가면 볼 수 있다. 신사임당은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어머니로서뿐 아니라 자연을 대상으로 사실적인 작품을 남긴 화가로도 유명하다.



신사임당 ‘초충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신사임당 초상’. [이종상 화백 제공]
 그의 그림 세계의 특징은 첫째, 자연을 보는 시선을 넓혀 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맨드라미·패랭이·양귀비·원추리·가지·수박·오이 등의 식물과 방아깨비·메뚜기·개미·매미·나비·잠자리·벌 등의 곤충과 쥐·개구리·도마뱀·달팽이 등 작은 동물들을 그림의 소재로 많이 다루었다. 둘째는 아주 작은 미물이라도 그림 속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의 마음으로만 자연을 본 것이 아니라 자연의 마음으로 인간을 바라보게 한 역지사지의 큰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셋째,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여 아름다운 색감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이다. 쥐를 혐오동물로만 생각했다면 이렇게 귀엽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신사임당의 예술에는 사랑과 나눔의 따뜻한 미소가 담겨져 있다. 이는 창작세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작은 생명체에도 힘을 불어넣어 공존의 미덕을 심어주었다. 오늘날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 신사임당의 사랑과 나눔의 미학을 되새겨볼 때 순리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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