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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지 않겠다, 이 부조리한 세상에

중앙일보 2013.08.05 00:37 종합 22면 지면보기
박솔뫼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경영학을 전공했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며 저녁에 소설을 쓴다. 현재는 휴직 중이다. [사진 문학과지성사]


박솔뫼(28) 작가는 올해 황순원문학상 후보자 중 최연소다. 쟁쟁한 중견작가들이 포진한 올해 리스트에서 20대인 박 작가의 존재는 단연 돋보인다.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연수 중인 그를 e-메일로 만났다. 이른 나이에 문단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는 자신의 20대를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그의 소설 같은 무심한 답변이 돌아왔다.

[제13회 미당·황순원 문학상] 본심 후보작 지상중계 ③
소설 - 박솔뫼 '겨울의 눈빛'



 “20대 작가로 묶이거나 그런 질문을 여러 번 받았는데, 그때마다 정말로 특별히 드는 생각이 없어요. 이전에는 아직 20대가 많이 남았다는 둥 그런 소리를 했는데 이젠 그러기도 좀 힘들고, 근데 30대가 되면 별 소린 안 듣겠다 싶기는 하네요.”



 사실 젊은 작가란 좁은 카테고리로 묶기에 박솔뫼의 소설은 독특한 질감과 결을 지녔다. 그의 이야기는 정곡을 찌르기 위해 주변을 오랫동안 맴돈다. 하지만 끝내 과녁을 맞추진 않는다. 대신 강력한 잔향을 남긴다. 후보작 ‘겨울의 눈빛’도 그렇다. 소설은 K시를 걷는 주인공 ‘나’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습관처럼 걷고, 극장에 가고, 상영 중인 영화를 관람한다.



 작가는 “왜 이럴까 싶을 정도로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음으로써, 원래 하고 싶은 이야기에 다가가도록 만든다”고 했다. 이런 방식은 실재하는 사회 문제를 정색하지 않고 소설 속에 녹여내는 세련된 작법으로 읽힌다.



 예심위원인 허윤진 문학 평론가는 “단어나 사건들이 의미를 겨냥해서 가고 있기보다 마치 영화의 컷을 편집하는 것처럼 영상적으로 흘러간다. 문장들이 아름다우면 긴밀하지 않더라도 소설이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시 ‘겨울의 눈빛’으로 돌아가보자. 주인공 ‘나’는 영화관에서 우연히도 고리 원전 사고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 소설은 원전 사고로 해운대가 폐쇄된 상황을 가정한다. 생계를 잃은 자갈치 시장 상인은 목을 매고, 복구사업에 지원해 고리에 들어갔던 젊은이들은 피폭돼 죽는다. 대재앙이 벌어졌을 때 이를 맨몸으로 막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약한 자들이다.



 “2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습 인력이 몇 십 단계를 거친 파견 사원이었다는 것을 책으로 보았어요. 아마 한국에서 사고가 일어나도 구석에 몰려있는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위험을 떠안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고 봅니다.”



 대재앙을 소재로 삼는 창작자들의 태도도 작가가 관심 갖는 지점이다. 해운대의 풍경을 정겹게 회상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차라리 한국수력원자력공사를 폭파하고 그곳의 간부들을 납치해서 인질극을 벌이는 말도 안 되는 그런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



  작가는 후쿠시마 사고 때도 비판적인 접근 보다는 잃어버린 장소에 대한 기억이나 가족에 대한 애잔한 영화가 쏟아졌다고 말한다.



"저는 그게 창작자라서 뭐라도 말해야 한다는 ‘강박적 제스쳐’로 느껴졌어요. 스트레이트하게 ‘도쿄 전력의 잘못이 크다’는 작품도 있어야 하는데, 아닌 거죠. 그 때 창작자로서 저어함 없는 태도가 필요할 때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 이 소설은 무엇인가 쉽사리 규정짓지 않겠다는 소설가의 태도와, 시대의 고민에 눈감지 않겠다는 창작자의 의지가 충돌하는 그 지점에서 태어났다. 그 내적 부글거림은 우리가 젊은 작가에게 기대하는 무엇이기도 하다.



김효은 기자



◆박솔뫼=1985년 광주광역시 출생. 2009년‘자음과 모음’신인문학상 등단. 장편 『을』 『백 행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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