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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온라인 '가두리 양식장'의 공포

중앙일보 2013.08.05 00:20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가두리 양식은 바다나 호수에 그물을 쳐 어류를 기르는 양식법이다. 커다란 그물에 갇힌 물고기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적당히 크면 팔려간다. 물고기는 넓은 바다에서 헤엄칠 꿈도 못 꾼다. 잡혀서 먹힐 날만 남아 있다. 이런 가두리 양식장의 가장 큰 위험은 적조(赤潮)다. 검붉은 띠가 양식장을 습격해 오면 바로 공포에 빠진다. 유해 적조 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물고기의 아가미에 들러붙기 때문이다. 숨 쉬기 어려운 물고기는 물 위로 얼굴을 내밀고 헐떡이게 된다. 도망치고 싶어도 꼼짝할 수 없다. 사방을 둘러싼 그물이 옥죄고 있어서다.



 가두리 양식장 얘기를 꺼낸 건 남해안에 불어닥친 적조가 걱정돼서만은 아니다. 온라인 세상에도 가두리 양식장의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관문(關門)이 아니다. 포털사이트의 원래 역할은 이용자들을 다른 사이트로 이어주는 중개자다. 네이버는 다르다. 울타리를 단단하게 쳤다.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가지 못한다. 울타리 안에 들어간 이용자들은 내가 갇힌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길들 뿐이다.



 네티즌들이 양식장에 갇힌 물고기 신세가 됐다 해도 수질이 좋다면 양식장은 오히려 유용할 수 있다.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 ‘깊은 지식’‘공정한 개방성’ 같은 화두가 양식장에서 구현된다면 누가 흠 잡겠는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네이버 양식장의 수질은 나날이 탁해지고 있다. 음란물이나 불법 정보는 비일비재하다. 광고는 마치 고급 정보인 양 짙은 화장을 해 눈을 속인다. ‘지식의 박제화’도 심각하다. 양식장에 갇힌 물고기들은 네이버를 백과사전으로 착각한다. 이들은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클릭 한 번으로 찾을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다. 클릭으로 얻는 지식이 묵직할 리 없다. 가벼운 정보가 ‘지식in’으로 포장돼 집단 지성을 파손시킨다. 이런 얕은 지식에 중독되는 증상은 어린 이용자일수록 심하다. 종종 ‘노환(老患)’ 같은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유명 연예인의 아버지가 노환으로 숨졌다는 기사가 뜨면 ‘노환’의 뜻을 찾는 어린 키보드 전사들의 클릭이 쇄도한다. 스스로 책을 찾아보고, 도서관 구석구석을 뒤지는 치열한 탐구정신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혼탁한 온라인 양식장에 급기야 적조까지 습격한다면? 이용자들은 산소 부족으로 물 위에 얼굴을 내미는 물고기처럼 헐떡일 테고, 가두리 양식장은 황폐해질 것이다. 물론 네이버는 양식장이 맘에 들지 않으면 떠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바다를 거의 감쌀 정도로 그물을 쳐놓고 “갈 테면 가라”고 하는 건 오만이자 무책임이다. 적조가 발생하면 황토를 바다에 뿌리는 게 대책이다. 황토가 적조생물을 빨아들이고 가라앉기 때문이다. 온라인 양식장이 계속 황폐해지면 이곳에도 황토를 뿌릴 수밖에 없다. 최선은 황토를 뿌리지 않아도 되게끔 양식장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선택은 양식장 주인의 몫이다.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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