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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통계만 보면 저물가 안정세인데 생활은 왜 이렇게 팍팍할까?

중앙일보 2013.08.05 00:18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10여 년 전에 급부상하는 중국 경제현장을 돌면서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의 각 시(市)·성(省) 정부와 중앙정부가 내놓은 경제 관련 통계자료들을 한 트렁크 꽉 채워 가져왔었다. 한데 자료를 분석하면서 난관에 부닥쳤다. 예를 들어 어느 성의 산업별 생산비중을 다이어그램으로 표시한 통계의 경우, 다 합치니 120%가 넘었다. 공식 통계들인데도 이 같은 ‘폭탄’은 곳곳에서 돌출했다.



 그러더니 최근 중국 당국이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놓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 공식 발표 지수는 경기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데, HSBC은행이 발표한 PMI는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양상을 보여 주는 정반대 결과가 나와서다. 원래 경제 통계는 경제 트렌드와 방향을 진단하고 향후를 전망하는 데 활용된다. 이렇게 기본에서 흔들리거나 실상이 아닌 희망사항을 푼 듯한 통계라면 자료로서 가치가 없으니 안 쓰면 된다.



 한데 공신력 있고 조작 의혹도 없는 통계가 현 상황과 어긋나는 모양새를 하고 있으면 난감하고 약이 오른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 통계를 보면서 든 느낌이 그랬다.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4%. 정부는 9개월 연속 1%대로 ‘저물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해설도 붙였다. 무상보육 등의 복지정책이 확대되면서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는 등 착시를 가져온 부분도 있으니 통계는 정확할 거다.



 그런데 그 9개월째 시장 갈 때마다 ‘허걱’ 하고 놀라는 사람은 나뿐일까? 물론 꼼꼼히 가계부를 정리해 대조하는 알뜰주부가 아닌 탓에 지난해보다 뭐가 얼마나 올랐는지 들이댈 수는 없다. 다만 늘 장바구니에 담는 물건은 주는데 금액은 늘고, 동네 카페나 분식집에 가도 500~1000원씩 슬금슬금 오른다. 생활물가는 저물가 안정세가 아니다. 한국은행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 2.8%였다. 1%대인 지표물가보다 체감물가가 2배 이상 높다는 말이다. 안전행정부의 올 상반기 전국 광역시·도의 서민생활 물가를 보면 미용료는 16%, 숙박료는 12.4%, 냉면·비빔밥·칼국수 등은 5~6%씩 올랐다.



 요즘은 우유 값을 놓고 정부와 업계가 기싸움 중이다. 업계는 원유 값이 올랐다며 소비자가격을 올리려 하고,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단다. 물론 업체들이 원유가 인상폭보다 소비자가격을 더 높이려고 한다니 조정은 필요해 보인다. 또 우유 값이 오르면 다음 달 소비자물가지수의 안정기조가 망가질지도 모른다. 한데 우유 값만 무작정 붙잡아 통계적 ‘저물가 안정세’를 구현한다고 이 팍팍한 생활이 안정될까? 우리는 안다. 통계가 아름답다고 실상까지 아름다워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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