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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상생 수출' … 중소기업 상품으로 홍콩 공략

중앙일보 2013.08.02 00:41 종합 16면 지면보기
지난달 29일 홍콩 다이각주이(大角咀) 올림피안시티 쇼핑몰 안의 대형마트 ‘테이스트’. 천장에 온통 알록달록 매달린 한국 식품 특집행사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판매대 8개를 붙여 놓은 특별코너에는 한국 가공식품이 가득했다. 이 가운데 두 개의 판매대는 ‘이마트 하바네로 라면’ ‘이마트 고추장’ 등 이마트 자체상표(PL) 제품만으로 구성됐다. 국내 중소업체가 생산해 이마트에서만 파는 ‘마트표 브랜드’다. 이마트는 이날 아시아 최고 부호인 리카싱(李嘉誠)이 소유한 홍콩 왓슨그룹 계열 수퍼마켓 체인 60여 개 매장에 담터·청우·가야 등 국내 17개 중소기업이 만든 ‘이마트표’ 식품 35종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국내 유통업체가 해외 유통업체에 직접 납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주민 펠릭스 웡(37)은 “한국 방문 때 용산 이마트에서 샀던 아주 매운 하바네로 라면이 홍콩에 들어와 반갑다”는 반응이었다.


라면 등 자체상표 식품 35종
수퍼마켓 매장 60곳에 공급
기업들 "직접 수출보다 이익"

 이마트 허인철 대표는 “최근 대형마트 영업규제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마트표 상품의 해외 수출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물류비용 등이 추가돼 국내 판매보다 이익률이 5% 이상 낮지만 한류 열풍을 잘 활용하면 리앤펑 같은 글로벌 상품 공급업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가 지난해 8월 수출전담팀을 꾸린 것은 자체 공장 하나 없이 전 세계 40개국에 1만5000개 이상의 공급자를 관리하며 세계 최대의 무역업체로 발돋움한 리앤펑을 벤치마크한 것이다. 도쿄 푸드박람회를 통해 이번 홍콩 수출을 성사시킨 요시다 마사모리(吉田昌司·42) 도쿄사무소장은 “문화에 빠지면 그 나라 음식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갖게 된다”며 “일본·몽골·태국 등 7개국에서 상담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판매 첫날을 맞아 중소기업 담당자들도 현장을 찾았다. 전통차 제조업체 담터의 배형찬 상무는 이마트 브랜드를 붙인 호두·아몬드·잣·율무차 세트 상자를 들어 보이며 “그냥 평소처럼 마트표 상품을 공급했을 뿐인데 추가 비용 하나 안 들이고도 이렇게 수출이 됐다”며 웃었다.



 이미 홍콩을 비롯해 베이징·상하이 등에 대리점과 지사를 두고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담터가 굳이 ‘이마트표’ 상품으로 수출할 필요가 있을까. 이에 대해 청우식품 정혁수 유통1부장이 “우리도 ‘청우표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직접 수출할 때보다 이마트를 통해 우회 진출하는 것이 20% 넘게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홍콩=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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