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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 루레이 동굴, 참전기념판, 동굴 출구에 세워놔

중앙일보 2013.07.25 00:57 종합 7면 지면보기
지역 출신 전사자 23명의 이름이 새겨진 미국 버지니아주 루레이 동굴의 6·25전쟁 추념판.


워싱턴에서 서쪽을 향해 차로 두 시간가량 달리면 버지니아주의 유명 관광지로 알려진 루레이(Luray)동굴이 나온다. 셰넌도어국립공원 끝자락에 있는 이 동굴은 석회석 동굴로 1878년에 발견됐다. 학자들에 따르면 무려 400만 년 전에 형성돼 형형색색의 종유석을 만날 수 있어 해마다 국내외에서 5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특이한 건 루레이동굴의 관광로를 따라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한 시간여 관광을 하다 보면 출구 가까이에서 색다른 참전기념판을 만나게 된다.

4백만년 전 생긴 종유석으로 유명
정전 60년 1953~2013 <하> 일상에서 기억하는 6·25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6·25전쟁에서 전사한 이 고장 출신의 참전용사를 기리는 일종의 추념판이다. 6·25 전쟁 추념판에는 23명의 전사자 이름이 차례로 기록돼 있다.



 행정구역이 버지니아주인 이곳엔 페이지 카운티가 있다. 인구가 고작 2만4000명이다. 이 작은 페이지 카운티에서만 60여 년 전 6·25전쟁에서 23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연인원 178만9000명이 참전해 3만6940명이 사망하고 실종자만 3737명이 되는 미국다운 수치다.



 루레이동굴 관리소에서 안내를 담당하는 셰리 마틴은 “국내외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전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 참전용사 모임인 해외참전용사회(VFW)에서 30년 전인 1980년대 초 추념판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마틴은 “한국 사람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여름방학을 맞아 부모님의 손을 잡고 동굴 관광을 마친 리즈 로레인(9)은 “세계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들의 이름을 기억해 두려고 몇 번이나 읽었다”고 말했다.



 참전기념판을 설치한 VFW는 미국과 스페인 간의 전쟁을 계기로 1899년에 만들어진 비영리 민간기구다. 마치 한국의 재향군인회와 비슷하다. 참전용사들 중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이 모임은 미국 내 50개 주에 무려 7200개의 지부가 있고, 전체 회원 수만도 130만 명에 달한다.



 VFW 워싱턴 사무소의 조 데이비스 홍보국장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해외 파병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교육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올해 6·25 정전 60주년을 맞아 카운티별로 특별설명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VFW는 이와 함께 참전용사 유가족들을 위한 기금 등도 운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에선 루레이동굴처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에 참전기념비를 설치하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6·25 정전 60주년을 맞아 애리조나주 세도나시에 6·25 전쟁 참전용사비가 설치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명상 도시인 세도나는 연간 4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세도나 한인회와 미 해병대 전우회가 2009년 3월 건립위원회를 만든 이래 3년 동안 모금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6·25전쟁에 참가해 전사한 이 지역 출신 42명의 이름을 새긴 ‘6·25 전쟁 참전용사비’ 준공식을 지난 6월 14일 했다. 이 사업에는 모금운동을 시작한 뒤 소식을 접한 한국 국가보훈처에서 1만5000달러(약 1700만원)를 지원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 43개 주(워싱턴DC 포함)와 괌에는 모두 147개의 6·25 전쟁 참전용사 기념비가 설치돼 있다. 1개 주에 평균 3~4개꼴로 6·25 전쟁 참전 기념비가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특별취재팀 : 뉴욕·오타와=정경민 특파원, 워싱턴·내슈빌=박승희 특파원, 런던·버튼온트렌트=이상언 특파원, 파리=이훈범 기자, 아디스아바바·메켈레·앙카라=정재홍 기자, 마닐라·방콕·촌부리=강혜란 기자, 보고타·카르타헤나·키브도=전영선 기자, 캔버라·골드코스트=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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