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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지구인 만나면 이런 게 진짜 궁금할 거야

중앙선데이 2013.07.19 23:20 332호 26면 지면보기
저자: 장대익 출판사: 바다출판사 가격: 1만3800원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니?” “인간이 참….” 쉽게 내뱉는 말이지만 뜻은 심오하다. ‘인간은 무엇이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이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철학·사회학·인류학 등의 학문이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

그럼 과학으로 인간을 규정해보는 건 어떨까. 뜬금없는 시도가 아니다. “인간을 달에 보내주는 것이 과학이라면, 인간이 왜 이런 존재가 됐는지를 알려주는 것도 과학”이기 때문이다. 또 문명을 개척한 원동력이 과학이지만 동시에 세상에 대한 인간의 생각 자체를 바꾼 것도 과학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장 합리적이고 신뢰할 만한 지식, ‘최고 교양’이 아닌가.

과학의 잣대로 보는 인간은 크게 다섯 가지 본능을 갖고 있다. 탐구하는 인간(호모 사이엔티피쿠스), 따라 하는 인간(호모 리플리쿠스), 공감하는 인간(호모 엠파티쿠스), 신앙하는 인간(호모 렐리기오수스), 그리고 융합하는 인간(호모 콘베르게니쿠스)이다.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이 인간을 처음 만나 가장 신기해할 만한 특징’을 꼽았다고 보면 된다.

먼저 탐구하는 인간을 보자. 침팬지는 나무에서 발을 헛디디면 몸을 다칠 수 있다고 기억할 뿐이지만, 인간은 몇 킬로그램짜리가 몇 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면 낙하속도는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어하고 또 알아낸다. 호기심 덕분이다. 다만 이런 본능이 망가지는 현실이 아쉽다. 선행학습으로 길들여진 아이들이 영재로 둔갑하는 사교육 시장, 남을 이기기 위해 공부하는 과학 인재들, 의학 관련 전문대학원으로 몰려드는 이공계 대학생들이 안타까운 이유다.

따라 하려는 본능도 인간이기에 갖는 특권이다. 인간에게는 모방을 담당하는 ‘거울 뉴런계’가 있고, 이들은 ‘어떻게·무엇을·왜’를 놓고 타인의 행위를 이해하도록 설계됐다. 그래서 시위나 종교 부흥회처럼 개인적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일도 복제·확산되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기꺼이 따라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흥행 대박은 당연한 결과다. 따라 하고 싶은 욕망을 말춤이라는 일정한 ‘코드’로 치환시켜 따라 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신경계의 정교한 설계는 공감력도 만들어냈다. 신경학적으로 인간의 자유 뉴런계는 남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본인이 직접 그 일을 한 것 같은 뇌 작용을 일으킨다. 스포츠나 공연을 보고 열광하는 것, 트위터 140자 글을 보며 폭풍 멘션을 날리는 일도 공감 세포들 덕분이다. 또 권위에 복종하고 집단에 순응하려는 본능을 이해한다면 북한 주민들이 왜 김정일 사망을 두고 그토록 통곡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알다가도 모를 인간의 특성은 더 있다. 과거 수렵·채집 시기 환경의 불안함을 해소해보려는 발명품으로 탄생한 종교가 이제는 생각과 생활을 지배하게 된 현상, 이질적인 것들을 섞어 만든 새로운 무언가로 엄청난 성과를 갈망하는 본능이 그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과학으로 인간을 알려주는 접근법은 저자의 남다른 이력 덕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장대익 교수(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기계공학·생물철학·진화심리학 등을 넘나들며 인문학자와 과학자의 시선을 동시에 지닌 ‘융합적 학자’로 이름이 나 있다. 그래서 “과학이 사상과 문화로 소비된 적이 한 번도 없는 대한민국에서 인문학 열풍이 자칫 과학에 대한 저평가나 홀대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저자의 말이 이 책의 무게를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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