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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전재국 유령회사 계좌 관리인 곧 소환"

중앙일보 2013.07.19 03:00 종합 6면 지면보기
전두환 전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압수수색 사흘째인 18일 오전 검찰 관계자들이 경기도 파주시 시공사 사옥에서 압수한 미술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이날 시공사 건물에서 200여 점의 고가 미술품을 압수했다. [뉴스1·뉴시스]
검찰이 전두환(82)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54)씨가 싱가포르에 개설한 아랍은행 차명계좌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전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한 검찰 수사가 장남 재국씨의 새로운 불법 혐의를 찾는 데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특별집행팀(팀장 김형준)은 해외에서 해당 계좌를 관리해 온 김모씨를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재국씨가 만든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있는 유령회사) ‘블루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 명의로 개설된 아랍은행 싱가포르지점 금융계좌 현지 관리인이 60대 한국인 남성 김모씨인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김씨가 재국씨 측 부탁을 받고 현지에서 관련서류 제출 등 계좌를 실제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의 소재를 파악하고 소환 조사를 위해 접촉 중이다.


해외 비자금 수사 본격 돌입
장남 압박해 전두환 돈 찾기
파주 시공사 압수수색 전 장부 미리 빼돌린 의혹도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일반인 상대 영업을 하지 않고 부유층의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만 제공하는 은행이다. 김씨는 이곳에서 재국씨를 비롯한 한국인들의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 개설과 회계 관리, 행정 업무 등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블루아도니스는 재국씨가 2004년 7월 2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만든 회사다. 자본금 5만 달러짜리 회사로 등록했지만 실제로는 1달러짜리 주식 1주만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다. 검찰은 지난주 사법공조를 통해 회사와 해당 계좌의 기본 정보 및 거래내역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자료에는 재국씨가 회사의 단독 등기이사이자 주주로 등재됐다. 회사 주소지는 관리인 김씨가 활동한 ‘싱가포르’로 적혀 있다. 재국씨는 이후 법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한 이사회 결의서에 자신이 경영하는 출판사 시공사의 서울 서초동 본사 주소를 적었다. 검찰은 재국씨가 이 회사를 이용해 재산 국외도피와 역외 탈세, 비자금 조성을 위한 횡령 등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재국씨가 해외 계좌에 뒀던 돈 중 상당 부분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일 것이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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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은 블루아도니스의 설립 시기와 목적에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국씨는 동생 재용(49)씨가 차명계좌에 167억원의 뭉칫돈을 보관한 사실이 드러나 대검 중수부에서 구속 수감(2004년 2월)된 지 불과 다섯 달 만에 세웠기 때문이다. 당시 중수부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73억원이 재용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했다. 석 달 뒤 어머니 이순자(76) 여사는 본인 및 친척 명의로 추징금 중 200억원만을 대납했다.



 검찰이 지난 사흘간 벌인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 과정에서 집중 타깃이 된 것도 재국씨다. 재국씨는 서울 서초동과 경기도 파주의 시공사 사옥 외에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 사무실과 자택 등 자신의 집과 운영하는 사업체 모두 압수 대상이 됐다. 또 전체 압수수색 대상 30여 곳 중 집을 제외한 20여 곳의 회사 사무실 대부분이 재국씨와 관련돼 있다. 그래서 이번 검찰 수사의 초점이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을 찾아내는 것뿐 아니라 재국씨의 재산 형성 과정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1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공사를 시작한 재국씨는 현재 최소 1000억원대의 자산가로 평가받는다. 검찰은 재국씨의 사업 투자금이 결국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왔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이런 가운데 재국씨 측이 파주 시공사 건물 압수수색 실시 전 회계자료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달 초 트럭이 자료를 싣고 갔다”는 인근 주민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이 아니라 재국씨 등 가족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이들의 재산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서 나왔는지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95년 전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이후 이미 18년이 흘렀다. 자백을 하지 않는 이상 계좌 추적 등 물증을 통해 이를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족들의 탈세 등 불법 행위를 입증한 뒤 이를 근거로 압박해 재산 형성 과정을 밝히겠다는 게 검찰의 계획이다.



이가영·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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