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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달에 태극기를 꽂아야 할 이유

중앙일보 2013.07.19 00:56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지난해 12월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가 애초 2025년으로 계획돼 있던 달 탐사 시기를 2020년으로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밝혔을 때 뜨거운 피가 온몸으로 퍼지는 걸 느낀 사람이 필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1961년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60년대가 끝나기 전에 달에 인류를 보내겠다고 했을 때 그것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69년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은 달에 인류의 첫 발자국을 남겼다.



 과거 이데올로기 경쟁 시대엔 우주탐사는 미국과 소련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21세기인 지금은 중국·일본·인도 등 신흥 강국들의 각축장으로 변해 있으며 현재 제2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은 한걸음 더 나아가 화성 유인탐사를 추진 중이다. 이 계획의 징검다리 전략으로 소행성을 달 근처로 끌어와 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러시아도 2030년까지 유인 달 탐사를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며 또한 달 탐사 프로그램인 루나-27을 통해 2017년 달 남극 지역에서 얼음을 찾기 위한 토양 시추작업을 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달 탐사 계획이 처음 발표된 것은 2007년이었다. 처음엔 예산 관계상 한국형 발사체 개발 완료 시점인 2021년께 준비에 착수해 4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5년에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었다. 이젠 대통령의 의지로 달 착륙선의 착륙 목표 시기가 2020년으로 당겨지게 됐다. 2021년이 아닌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7년 정도의 개발 기간이 있다. 한국의 우주개발 역량과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강력한 국가적 의지와 국민적 공감대만 있으면 2020년 달 탐사선 발사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된다.



 달 탐사 성공은 한국의 과학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하는 것 이외에도 실질적인 목표가 있다. 바로 달 탐사의 핵심이 되는 한국형 발사체의 성능을 검증받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40년대부터 개발된 발사체 기술은 아폴로 계획이 마무리되는 70년대에 기술적으로는 최고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이 인접 분야 기술을 선도하고 엄청나게 파급됐다. 한국의 경우는 독자적으로 발사체를 개발해야 하는 입장에서 세계 첨단을 자랑하는 한국의 인접 기술을 발사체 분야에 접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항공우주산업의 전후방 산업인 국내 정밀기계가공·전기전자·재료 등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이런 인접 분야 기술을 적극 접목하면서 발사체를 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개발 과정을 통해 양산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발사 이력이 짧은 한국이 상업발사 시장에 진출하려면 달 탐사에 성공해 우리 발사체의 신뢰성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상업발사 시장이 선발 외국 기업들에 선점되기 전에 가능한 한 조속히 발사체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발사체 개발 전략은 세상에 없는 것을 새로이 개발하는 과거의 방식이 아니라 선진 산업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의 기술을 적극 활용해 향후 세계 우주산업 확대에 대비한 신성장 동력이 되는 발판으로 삼자는 것이다. 즉, 비용·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인접 기술을 가져와야 하고 가능하다면 선진국과의 국제 협력도 이끌어내야 한다. 2020년 달 탐사선의 자력발사가 실현되면 한국의 우주탐사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한다. 세계의 우주탐사 대열에도 합류하게 된다. 또 우주산업의 활성화에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우주 시대는 이미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 지금은 한국이 과거 자동차·반도체 산업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 훨씬 더 나은 조건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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