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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당한 회담 대화록 '실종'… 경위 밝혀야

중앙일보 2013.07.19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격이다.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어제 국회 운영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록원에 이관하도록 결정한 최종 재가 목록에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다”고 말했다. 관련 검색을 계속할 경우 찾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미하다”고 했다. 의당 대화록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기록원에 대화록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간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선 “대화록을 2부 만들어서 기록원과 국가정보원에 보관토록 했다”는 취지로 말해왔다. 국회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공개 요구를 한 이유였다. 막상 기록원이 2주 가까이 검색했는데도 대화록이 나오지 않았다니 의아하다. 반면 정상회담 사전·사후 기록은 다수 발견됐다니 기이할 뿐이다. 여도, 야도, 국민도 놀라는 게 당연하다.



 세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아예 기록원으로 넘기지 않았거나 추후 삭제됐을 경우다. 여권 일각에선 이미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대화록 폐기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터다. 박 원장도 “받은 게 전부”라고 했다. 삭제 여부를 두고도 야권에선 “삭제됐다면 이명박정부 때”라고 보지만 여권에선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사저로 이지원(e知園)을 가져갔던 때를 의심한다. 야권이 주장하듯 현재까지 못 찾았을 수도 있다. 노무현계 인사들은 “기록원의 검색 기능이나 능력으론 당시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의 기록을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거나 “비밀기록이라 엉뚱한 표제로 보관돼 검색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못 찾은 경우라면 정치적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없다고 결론 나면 추가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론 제기도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복잡한 정국이 더 복잡해질 게다.



 지금은 그러나 예단해서 입씨름할 때가 아니다. 열람위원들이 결정한 대로 해당 기록을 더 찾아보아야 한다. 당시 시스템을 구축한 사람이 “내가 직접 찾겠다”고 하니 도움을 받는 등 서로 동의하는 결론을 내릴 때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사이엔 기다리자. 지금은 지켜볼 때다. 이번 논란으로 이미 치른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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