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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만델라, 만델라의 날, 만델라의 삶

중앙일보 2013.07.18 00:44 종합 31면 지면보기
박명림
연세대 교수
베를린 자유대 초빙교수
7월 18일은 남아프리카의 넬슨 만델라 생일을 기리기 위해 유엔이 정한 ‘국제 만델라의 날’이다. 살아 있는 사람을 기리려고 세계가 특정인의 날을 지정한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그 만델라가 지금 생명이 위독해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세계는 왜 다시 그를 반추하는가?



 모두가 말하듯 만델라의 삶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역사에서 한 사람의 희생이 갖는 위대함일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 그는 인류의 가장 잔악한 범죄행위의 하나로 불리는 흑백인종차별(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평생을 투쟁했다. 투옥기간만도 27년에 달한다. 자유와 인권, 평등과 정의를 향한 그의 투쟁은 영웅적이고 감동적임에 분명하다. 그가 석방 이후 보여준 정치행위 역시 진실과 화해의 교환에서 보듯 놀랍고도 획기적이었다. 그의 공적인 삶은 그가 대통령을 지냈고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유엔이 그의 날을 지정했다고 할지라도 넘치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상찬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 공적 삶을 가능케 한 요인은 무엇일까? 만델라의 삶에서 깊이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일상과 공공, 개인적 삶과 공동체의 관계일 것이다. 즉 삶과 정치를 말한다. 그에게 정치는 삶의 연장이며 피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그의 삶과 정치는 처음부터 거창한 명분이나 공적 구호와는 거리가 멀었다. 권력의지와는 더욱 관계가 없었다. 실제로 그가 최초로 체포된 것은 백인전용 화장실에 들어간 실수 때문이었다. 한 인간의 작은 실수마저 ‘체포’라는 정치와 만나는 현실에서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정치화될 수밖에 없는 것”임을 깨닫는다.



 이후 만델라의 삶은 인간을 억압하는 장치와 제도들을 정조준했고 그것은 양심과 정의감, 결단과 행동으로 연결됐다. 그의 결단과 행동을 추동한 동력은 내면양심과 사색, 그리고 평범한 이웃들의 해방과 자유였다. 그에게 정치는 내면양심의 발로이자 평범한 삶들의 문제였던 것이다. 이 두 차원의 만남이 그를 움직인 원천이었고, 어떠한 탄압에도 인내하게 한 요소였다. 만델라는 꿈 많은 한 평범한 소년이 이웃들이 대면한 현실과 자신이 요구받는 선택에 직면해 고난과 투쟁 속으로 걸어 들어간, 한 순열한 도정을 보여준다. 그러한 걸음의 반복 속에 그는 정신과 영혼을 갈고닦아 점차 자신과 공동체에 눈을 뜨고, 끝내는 인간과 세계마저 ‘성인의 반열에서’ 통찰하게 되는 여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깨달은 삶과 정치의 궁극적인 요체였다. 그것은 희망과 용서, 꿈과 공존으로 나타난 사랑과 대화였다. 그에게 사랑은 목표였고, 대화는 방법이었다. 명백한 악에 맞서 선을 추구하고, 분명한 불의에 대항해 정의를 추구할 때조차 그는 사랑과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이 극단적인 인종차별과 흑백분리로서 정의와 불의가 너무나도 분명함에도 그는 그렇게 하였다. 실제의 삶과 정치에서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만델라는 사랑과 대화의 세 차원 즉 자기 자신, 타인, 세계(공동체문제)와의 사랑과 대화를 계속했고 그 가운데 내면양심의 울림, 타인의 목소리, 전체의 과제를 끝없이 들으려고 노력했다. 특별히 그는 자기 내면양심과의 대화를 중단하지 않았다. 그의 자서전 제목이 『자신과의 대화』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자신을 향해서는 사색과 겸손과 평안으로 연결됐고, 타인과 세계를 향해서는 용서와 평화와 사랑으로 나타났다. ‘자신과의 대화’는 읽는 도중 자주 모골을 오싹하게 할 정도로 눈물겹고 자기고백적인 동시에 순수하고 진실하다. 그의 삶과 영혼이 이미 종교적 반열에 올랐기 때문일 게다. 실제로 그가 감옥에서 진실로 걱정했던 것은 자신이 바깥에서 성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 그는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며, ‘성인은 계속 노력하는 죄인’”이라고 고백한다. 마치 절대적인 한 영혼의 울림처럼 들린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억압하는 자의 해방’마저 말하고 있다.



 한 사람은 능히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것은 그가 감내한 고통과 그가 이루려는 꿈에 비례한다. 아니 그가 가졌던 사랑의 크기와 깊이에 비례한다.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은 곧 전체에 대한 사랑이며, 한 영혼에 대한 절대 사랑은 곧 세계에 대한 절대 사랑이기 때문이다. 하여 오늘날 만델라가 주는 가장 큰 ‘공적’ 교훈은 바로 정치가 권력·전략·투쟁·술수를 넘어 사랑·고결함·영혼·양심과도 충분히 만날 수 있으며, 또 반드시 그러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명림 세대 교수·베를린 자유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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