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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쓰고 식당 수주 로비 원격조종

중앙일보 2013.07.16 03:00 종합 10면 지면보기
경찰은 함바 비리 브로커 유상봉(67)씨가 식당 운영권을 따 주겠다며 동업자 박모(52)씨 등으로부터 사업자금 조로 20여억원을 받아 빼돌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해 왔다. 유씨는 이 돈 중 일부는 로비 용도로, 나머지는 10억원대 아파트를 다른 사람 명의로 구입하는 데 쓴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유씨가 전국의 공사 현장을 물색하고 금품 로비 등을 벌인 시점은 구속집행정지와 병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2011~2012년 사이다. 피해자들과 측근들에 따르면 유씨는 세 번째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지난해 2~5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건설 현장 식당(함바) 수주를 위한 은밀한 작업을 해 왔다.


또 함바 비리 수사 받는 유상봉
병보석·구속집행정지 기간
전국 돌며 집중적으로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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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씨는 지난해 5월 수도권 한 지자체의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 예정지 함바 운영권 수주에 손을 댔다. 그는 측근을 시켜 인허가권을 가진 해당 지자체 담당 국장, 시공사 고위 임원 등을 네 차례에 걸쳐 룸살롱에서 접대하도록 했다. 경찰은 이 자리에 청와대 경호실 직원 박모(46)씨가 참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접대 비용으로 3000여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박씨는 유씨의 부탁으로 여러 차례 휴가를 내 당진·보령 등 화력발전소 공사 예정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눈독을 들인 당진·보령 등에 들어설 화력발전소와 가스저장시설들은 하루 공사장에 투입되는 인력만 어림잡아 3000~4000명 정도인 대규모 현장들이다. 한 끼당 5000원으로 계산해 3000명이 하루에 두 끼를 먹으면 매일 3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한 달(20일 기준) 매출이 무려 6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유씨는 사업을 재개하면서 자신이 함바 비리 사건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그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자신의 본명 대신 가명을 사용했다. 유씨는 함바 사건 이전까지는 유상준이라는 가명을 썼고, 이후에는 유진영으로 이름을 바꿔 활동했다. 가족·친인척, 가까운 지인들 외에 유씨의 본명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유씨는 함바 수주를 위해 윗선에 처음 청탁을 할 때를 빼놓고는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지자체 관계자, 건설사 임원 등을 접대하는 장소에는 동업자나 측근을 대신 내보냈다. 유씨의 또 다른 동업자 C씨는 “한국전력공사가 발주처인 발전소 함바 수주 로비를 위해 지식경제부 출신 고위 인사를 동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부산에서도 로비 활동을 한 의혹이 있다. 그는 자신의 인척인 김모씨를 시켜 부산시 유력 인사들과 수시로 접촉하게 했다. 유씨는 또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부산시 유력 인사인 K씨에게 로비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C씨는 “편지에는 ‘이번에 도와주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식의 협박성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K씨는 유씨와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줬을 것이라는 게 C씨의 설명이다. 경찰은 유씨가 지난해 측근을 내세워 부산 세 곳의 함바 운영권을 따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 중이다. 한편 유씨는 구치소 수감 중 교도관에게 수백만원을 주고 은밀한 내용의 편지를 외부에 반출한 의혹도 받고 있다. 취재팀은 유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특별취재팀=고성표·문병주·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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