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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공기업 평가 고득점 비결

중앙일보 2013.07.16 00:53 경제 10면 지면보기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모름지기 시험은 잘 봐야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어려서부터 이렇게 배워왔다. 이것이 지나쳐 과정은 뒷전이고 결과만 중시하는 세상이 됐다. 점수로만 평가한다. 공기업 경영평가도 그렇다. 그들의 낮은 생산성과 방만한 경영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인데 주객이 전도돼 가고 있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보다 어떻게 하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까에만 몰두한다.



 덩치 큰 공기업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두고 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111개 공기업 평가 결과를 발표한 뒤 말들이 많았다. TF팀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경영기획팀 같은 기존 부서 안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실을 튼튼히 하는 공부가 아니라 고득점 요령에만 매달린다. 이런 팀을 운영한다는 건 그만큼 사람이 남아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공기업 사장들은 사람 줄일 생각을 않는다. 자신의 자리를 오래 보존할 수 있도록 애쓰는 부하직원들이 기특하기만 할 뿐이다.



 TF팀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평가위원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지 잘 안다. 무엇보다 깍듯이 모신다. 앞으로 평가위원이 될 사람도 챙긴다. 일이 터졌을 때가 아니라 평상시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도 안다. 대부분이 교수인 평가위원을 이런저런 세미나에 초청해 강연료나 거마비를 준다. 고객용으로 만든 우산 같은 작은 선물도 빠뜨리지 않는다. 명절에는 과일이나 생선도 보낸다. 정의(正義)사회가 아니라 정(情)의 사회이기에 이런 방식은 여전히 잘 먹힌다. 틈틈이 회사 실적도 홍보한다.



 “모바일 시대에 맞춰 이용자 편의를 위해 앱(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는데 호응이 아주 좋습니다.” “공기업도 시대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군요.”



 하지만 개발비용이 얼마나 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어떤 공기업은 모바일 앱 개발에 1억8000만원을 들였지만 아직도 이용자는 몇백 명 수준이라고 한다. 이렇게 비판하면 억지로 이 앱을 홍보하는 데 또 세금을 쓰지 않을까 걱정된다. 경쟁사 소식을 접한 다른 기관장은 직원들을 닦달한다. 비용은 뒷전이고 자신의 공적서에 여백이 많을까 봐 노심초사하기 때문이다.



 덩치나 예산이 작은 기관들은 평가전담 TF팀 같은 건 엄두를 못 낸다. 당연히 불리하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렇다고 대놓고 불평할 수는 없다. 자살행위이기 때문이다.



 이걸 주관하는 기획재정부는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도 그때그때 다르다. 어느 공기업 사장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청와대에서 교체 신호가 오면 점수조작쯤은 식은 죽 먹기다. 리더십 평가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노조와 갈등하면 조직 통솔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식이다. 노조와 각을 세우는 사장이 더 애국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평가를 위한 평가, 권력자 뜻에 따라 순위를 쉽게 뒤집는 평가다. 이런 공기업 평가를 국민 세금으로 매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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