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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환경에서도 지속성장 가능 기업 찾는 게 가치투자

중앙일보 2013.07.16 00:50 경제 8면 지면보기
“시장 지표는 공포를 먹고 자랍니다. 그걸 따라가선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없어요. 기업 가치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본의 워런 버핏' 사와카미 회장
시장 지표는 공포를 먹고 자라 … 그걸 따라가선 장기 수익 못 내
아베노믹스에 찬성하지 않아 금리 오르면 국채 곤두박질 칠

 소비 실종으로 인한 저성장과 인구 고령화, 여기에 부동산·주식 시장의 버블 붕괴로 투자까지 얼어붙었던 일본에서 펀드로 주식시장 평균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익을 내는 운용사가 있다. 사와카미신탁이다. 이곳의 수장이자 ‘일본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사와카미 아쓰토(澤上篤人·66) 회장은 15일 “‘어떤 기업이 살아남아 성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지 ‘경기 상황이 어떨까’를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와카미 회장은 가치투자를 전면에 내걸고 있는 에셋플러스 강방천(53) 회장의 롤모델이다. 이번 방한도 펀드 운용 5년째를 맞아 성과보고회를 여는 강 회장의 초청을 받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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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전 세계의 눈은 2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중국에 쏠렸다. 글로벌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이런 지표를 어떻게 무시하나.



 “정치 이슈나 경제정책·경기 같은 거시경제는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불황은 시장 스스로의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1등 기업만을 남기는 기능을 한다. 인위적인 경제정책은 시장을 왜곡한다. 어떤 환경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일구는 기업을 찾는 것이 사와카미신탁이 주창하는 가치투자의 핵심이다.”



 - 거시경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기업과 증시가 힘을 받고 있지 않나.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경기가 좋아지고 있고 사와카미펀드 역시 일정 부분 그 덕을 보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베노믹스에 찬성하지 않는다. 지금 정부는 초저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데 틀림없이 금리를 올려야 할 시점이 온다. 그러면 국채 가격이 곤두박질칠 거다. 저성장 기조 속에 수많은 기업과 개인이 국채에 투자한 상황인데,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어떻게 되겠나. 바로 그때가 사와카미펀드와 아베노믹스가 이별하는 순간이다. 우리는 국채 값이 떨어지면 곤란해질 기업엔 전혀 투자하지 않는다. 아베노믹스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도 우리는 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



 - 어떤 기업에 투자하나.



 “우리가 가진 자산의 98%가 주식이다. 고객이 전부 개인투자자이다 보니 환매 수요가 늘 있어 이를 위해 2%가량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게 다다. 사와카미펀드가 투자하는 기업은 총 153개인데 이 중 70%가 글로벌 기업이다. 장기불황의 와중에 성장할 길은 해외 진출뿐이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입으론 글로벌을 외치면서 내수에 의존해왔다. 다행히 최근 3~4년 사이 많이 변했다. 곧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경쟁하는 글로벌 일본 기업이 다시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 나머지 30%는 어떤 기업에 투자하나.



 “국내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 중에 부품과 소재·화학 관련 분야에 투자한다. 이 분야는 시장 규모가 커지진 않겠지만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다. 사와카미펀드의 화학 부문 편입률은 20%가량 되는데 일본의 기관투자가는 해당 부문 편입률이 펑균 5%밖에 안 된다.”



 - 연기금 투자 제안을 거절한 걸로 유명하다.



 “사와카미펀드는 개인투자자만 받는다. 연기금 투자 제안을 거절한 건 운용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은 단기 성과를 지향하다 보니 배당 등에 민감할 뿐 시장을 길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장기 성과가 중요하다. 극단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사와카미펀드가 정부의 연금을 대신할 상품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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