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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거대 주차장으로 변한 명품도시 … 세종시의 3중고

중앙일보 2013.07.16 00:49 종합 8면 지면보기
공무원들의 차가 몰리면서 세종청사 주변이 거대한 불법 주차장으로 변했다.


15일 정부 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 옥외주차장. 오전 8시를 채 넘기지도 않았는데 세종청사 주변 거주지에서 이른 아침부터 차를 몰고온 공무원들이 앞다퉈 주차하면서 200대가량의 주차 공간은 순식간에 가득 찼다. 세계 최고의 명품도시를 지향하며 건설된 세종청사의 주차난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악명 높다. 주차난은 세종청사 공무원이 그저 몸으로 견딜 수밖에 없는 한여름 삼중고(三重苦)의 첫 관문에 불과하다.

주차공간 없어 딱지 떼이고
유리벽에 실내는 찜통더위
임대료 비싸 부동산·은행뿐



 명품도시를 내세운 세종청사 주변이 마치 중고차 매장처럼 거대한 주차장으로 전락한 것은 대중교통을 활용해 걸어다니는 무공해 ‘그린(green) 도시’를 만들겠다는 환상에서 비롯됐다. 급행버스체계(BRT)를 도입, 버스 두 대를 연결한 트램을 투입해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 공무원들은 차를 놓고 청사로 출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 ‘몽상’은 올 1월 공무원들이 청사에 본격적으로 출근하면서 물거품처럼 깨졌다. 공무원들이 거주하는 조치원·대평리·오송(충북)·노은(대전)은 물론이고 청사에서 3㎞ 떨어진 첫마을에서도 승용차가 없으면 출근이 불편하기 때문에 6000여 공무원들 중 상당수 공무원이 승용차로 출근하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오는 공무원이 급증하면서 안전행정부는 당초 청사 내 녹지와 유휴 부지를 LH에서 매수해 옥외 주차장을 7곳으로 늘렸다. 그린 도시는 오간 데 없고 어느새 주차장 도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현재 1611대가 주차되고 있는 옥외 주차장은 이미 청사 면적의 70% 규모에 달할 정도의 비정상적인 모습이 됐다. 안행부 관계자는 “현재 세종청사 전체 주차 가능대수는 옥내와 옥외를 합쳐 3007대”라며 “더 이상 주차장을 늘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차를 세울 곳은 부족한데 청사에서 100~200m씩 떨어진 곳에 옥외 주차장을 만들고 단속에 나서면서 공무원들의 주차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청사 안쪽에는 틈새만 생기면 기둥 사이 곡예 주차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차장 이외 지역에 차를 세우면 노란 경고 딱지가 붙지만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노란 딱지를 떼뒀다가 차를 세울 때마다 다시 붙여놓는 공무원도 많다. 거듭되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 정도의 ‘주차 지옥’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현재 공사 중인 2단계 청사에 공무원들이 추가로 입주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2단계 청사에도 옥내 주차장은 지하 1층까지만 건설된다.



 세종 공무원은 어렵게 청사 안으로 들어가면 하루 종일 찜통 더위를 견뎌야 한다. 세종청사는 모든 사무실에 중앙집중식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자동공조시스템을 구비한 첨단 유리벽면 건물이다. 제대로 가동되면 쾌적하지만 최근 원전 가동 문제로 절전 시책에 앞장서면서 찜통 건물이 된 것이다. 에어컨은 섭씨 28도가 넘어야 ‘약하게’ 가동된다. 유리벽에 붙은 작은 창문이 있지만 벌레 유입 때문에 개폐가 금지돼 있다. 첨단 건물 안에서 공무원들은 선풍기를 한 대씩 붙들고 일할 수밖에 없다.



 턱없이 비싼 상가 임대료로 생활필수 상점이 없는 것도 고충이다. 세종 시내 상가 임대료는 대전의 강남으로 불리는 둔산동의 두 배에 달한다. 첫마을에서 개업 중인 송진만 공인중개사는 “첫마을 상가 분양가는 평당 9100만원으로 10평에 9억원에 달한다”며 “이 때문에 마진이 적은 신발가게, 구두수선, 옷가게, 세탁소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거품이 심각하다. 바로잡아야 한다”며 “샤브샤브 가게의 실평수가 103평인데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가 800만원으로 둔산의 두 배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상업용지 비율이 전체적으로 적기 때문에 시행사들이 수익성을 과장하면서 상가 분양신청자들이 분양 예정가의 200%까지 가격을 써낸 것도 한몫했다. LH 관계자는 “택지 개발을 위해 5조원을 땅값으로 지불한 결과 상가 분양을 통해 적자를 최대한 회수하면서 상가 임대료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상가 임대료가 서울 청담동을 뺨치면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지 1년이 넘어섰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첫마을 상가에는 부동산·은행ATM만 즐비하다. 밥값도 비싸다. 백반 한 그릇에 7000원이다. 기름값도 서울보다 비싸다. 15일 기준으로 대평리 주유소의 휘발유는 L당 1998원, 경유는 1798원이다. 이날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선 휘발유가 1950원대 안팎이고, 경유는 1700원대 초반이다.



글·사진 세종=김동호·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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