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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중앙일보 2013.07.16 00:49 종합 31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3년 6월 24일자 30면>

NLL 대화록으로 또 식물국회를 만들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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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 의원 일부는 장외집회에 참석하며 정부·여당을 강력 비난했다. 물론 장외투쟁이 민주당의 당론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의 성급한 강경노선은 정치 실종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슈가 무엇이든 경위가 어떻든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갈등을 풀어야 한다. 그것이 대의정치의 기본이다.



 여야는 불과 엿새 전 정치쇄신특위에서 정치쇄신 과제를 채택한 바 있다. 이를 6월 국회에서 입법화하는 게 쇄신의 첫걸음이라는 데 공감도 했다. 6월 국회는 7월 2일까지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야가 NLL 대화록을 둘러싼 갈등으로 내달린다면 국회를 파행시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로 합의해 만든 정치쇄신 의견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스스로 식물국회를 만든다면 그보다 더한 자기모순이 어디 있겠나. 선거철에 경쟁적으로 보여주던 정치쇄신 제스처는 쇼였나.



 6월 국회엔 재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도 계류돼 있다. 그동안 제기된 법안들의 문제점이나 부작용에 대해서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텐데, 여야 모두 NLL 대화록 공개 여부에 따른 당의 손익(損益) 계산에 더 바쁘다. NLL에 대한 근본적 고민은 없고, 다음 선거를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당리당략만 판치고 있다. 이게 정치 선진화이고, 쇄신인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과거의 일로 이전투구를 하느라 또 국회를 개점휴업 상태로 만들 것인가.



 여야는 대화록 문제를 국회에서 정치력으로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당 정치의 존재 이유가 없다. 우리는 남북 정상 간 대화록 공개가 국익에 손해를 입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여야가 NLL 발언록으로 드잡이를 하는 동안 미국의 출구전략, 중국의 저성장, 일본의 아베노믹스 등으로 험난한 파도가 쉴 새 없이 국내로 밀려들고 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코앞에 닥쳤는데 언제까지 소모적인 투쟁을 벌일 것인가.



한겨레<2013년 6월 24일 35면>

국정원 대화록 공개는 청와대발 '공작'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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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지난 20일 여야 합의도 없이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공개한 데 이어 21일엔 일반인들에게 전면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대선 개입 사건으로 국정조사와 개혁 대상으로 몰린 국정원이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사실상 또 다른 ‘정치공작’에 나선 것은 적반하장의 뻔뻔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일정한 조건 아래서만 공개하도록 돼 있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행위라는 점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을 비롯한 지휘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는 사전에 여당 지도부와의 치밀한 공조 아래 이뤄진 인상이 짙다. 20일 오전 여야 원내대표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국정조사를 위해 노력하고 국정원 개혁에 즉각 착수하기로 합의한 뒤 그날 오후 한기범 국정원 1차장이 국회 정보위원장실로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 원문과 발췌본을 들고 왔다. 서상기 위원장과 4명의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은 열람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는 ‘보안각서’까지 썼으나 다음날 일부 언론들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국정조사를 물타기하려는 여권과 국정원의 ‘공작’에 일부 언론이 부화뇌동하면서 빚어진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벌어진 불법행위에 대해 현 국정원은 반성과 함께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조직 보호를 위해서라도 당연한 순서다. 그런데 ‘남재준 국정원’이 반성은커녕 과거의 잘못을 파헤치지 못하게 가로막고 나선 데는 다른 저의가 읽힌다. 국정조사가 현 정권에 미칠 파문을 줄이려고 정상회담 대화록을 이용한 ‘정치공작’에 총대를 메고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수시로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하는 국정원장의 업무 특성상 이번 대화록 공개가 청와대의 뜻과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일반인 공개까지 대놓고 주장하는 걸 보면 그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의 지난 대선 개입은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가 나서서 조사하겠다면 달게 받아들이는 게 마땅하다. 이전 국정원에서도 꺼리던 정상회담의 대화록 원문까지 돌연 들고나온 것은 정략적 목적을 위해 국익을 해치는 파렴치한 정치공작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에서까지 국정원의 공작정치가 되풀이되는 것은 허투루 넘길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더 이상 무리수를 두지 말기 바란다.





논리 vs 논리

중앙, 국회서 ‘대화록’ 수습 강조 … 한겨레, 국정원 개혁에 초점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는 극심한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당초 대화록에 담겼다고 알려진 내용의 심각성 때문이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게 주된 요지다. 발언의 사실 여부를 놓고 논란이 들끓자 국정원은 전격적으로 대화록을 공개했다. 그러나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국정원 잘못” 논조 같지만 해결 방향은 달라



중앙일보와 한겨레 모두 국정원이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데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분명히 취했다. 그간 이 문제를 다뤄온 두 신문의 사설들도 이를 잘 보여준다. 두 신문 모두 국정원이 법을 어겨가면서 대화록을 공개하는 건 외교 관례를 깨뜨려 국제사회의 신뢰를 상실하고 당대의 정확한 기록 의지를 약화시키는 등 여러모로 국익을 해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만든 취지에도 걸맞은 주장이다.



 하지만 국정원이 대화록을 공개한 후 두 신문이 보여주는 수습 방향은 사뭇 다르다. 중앙일보는 대화록 공개로 불거진 문제를 국회에서 해결하라고 주문한다. 국회를 벗어나 장외에서 해결하려는 야당 일각의 강경 노선은 대의정치를 해치는 것에 불과하다며 명백히 반대한다. 국회 스스로 정치쇄신 과제를 채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국회를 파행시키거나 식물 국회로 만든다면 자기 모순일 뿐이며 경제 민주화 법률 등을 비롯해 당장의 민생 경제를 파탄 내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정원 대화록 공개 문제를 처리하고 민생 경제를 살리는 해법으로서 대의정치에 충실한 국회를 요구하는 것이다. 대의정치를 택하고 있는 나라이니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국회에서 해결하라는 태도다.



 반면에 한겨레 사설은 대화록 공개의 배경과 의도에 주목한다.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실정법을 어겨가면서 대화록을 공개한 것은 엄연한 국기 문란에 해당되며 이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청와대 개입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즉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는 국정원이 댓글 등으로 지난 대선에 불법 개입한 잘못을 감추고, 현 대통령의 정통성을 보호하려는 ‘파렴치한 정치공작’이라는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중앙일보는 국회를 쇄신하겠다고 한 마당에 대의정치의 순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디딤돌로서 대의정치를 존중하라는 주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이에 앞서 국정원을 개혁해 공작정치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해되는 걸림돌을 당장 치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앙, 경제적 파장 우려 … 한겨레, 정치적 측면 주목



중앙일보는 “여야 모두 NLL 대화록 공개 여부에 따른 당의 손익(損益) 계산에 더 바쁘다”고 비판하며 국회 정상화를 강력히 촉구한다. 국회는 “재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도 꼼꼼하게 따지고 “미국의 출구전략, 중국의 저성장, 일본의 아베노믹스 등”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표현에서 국회 정상화를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강조하고 있는 자세를 보인다.



 한겨레는 중앙일보와 달리 경제적 측면보다 정치적 측면에 주목한다. 국정원의 이번 대화록 공개가 절차적 문제점이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정략적 목적을 위해 국익을 해치는” 행위로 규탄한다. “여야 원내대표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국정조사를 위해 노력하고 국정원 개혁에 즉각 착수하기로 합의한 뒤 그날 오후” 국가정보원 차장이 정상회담 대화록 원문과 발췌본을 들고 국회로 와서 사실상 공개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여당 지도부와 국정원, 청와대 사이에 치밀한 공조가 있지 않았나 우려하고 또 다른 저의를 의심하는 까닭이다.



 똑같은 사건이라 할지라도 문제를 보는 시각과 해법은 다를 수 있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 경제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을 각각 중시하는 두 신문의 사설은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만드는 두 중요한 축인 정치와 경제를 중심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성찰과 해법을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허병두 숭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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