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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의 과학 산책] 포유류, 아들· 딸 골라 낳는 능력 있다

중앙일보 2013.07.16 00:44 종합 32면 지면보기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편집주간
아들과 딸 중에서 어느 쪽을 낳으면 더 많은 손자 손녀를 얻을 수 있을까. 자기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유리한 성별을 골라 낳을 수 있을까. 포유류가 이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학원 연구팀이 지난주 ‘공공과학도서관 원(PLOS ONE)’ 저널에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다.



 연구팀은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90년치 번식 기록을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포유류 198종, 3만8000여 마리의 3대에 걸친 가계도를 만들어 분석했다. 그 결과 암컷이 주로 아들만 낳은 경우, 이런 아들은 평균보다 2.7배 많은 손자녀를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딸을 반반씩 낳은 암컷의 후손에 비해서 그랬다. 이는 수컷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수컷이 잉태시킨 것이 주로 아들인 경우 이런 아들은 평균보다 2.4배 더 많은 손자녀를 보았다.



 이번 연구는 진화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로버트 트리버스가 1973년 제시한 고전적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건강, 덩치, 지배성이 우월한 부모는 아들을 생산하는 데 투자를 더 많이 할 것이다. 뛰어난 아들은 짝짓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해 더 많은 자녀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이런 조건이 취약한 엄마는 안전책을 택해서 딸을 낳게 된다. 딸은 번식 성공률에서 기본은 하는 반면 아들은 성공과 실패의 진폭이 매우 크다’. 이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3대에 걸친 자료가 포유류에서 이번에 처음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아들·딸을 가려 낳는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 이론에 따르면 암컷은 정자의 성별에 따라 질의 점액 속을 통과하는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늦추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컷’ 정자와 ‘암컷’ 정자는 형태가 다르다. 곤충의 세계에서는 성비를 조절하는 뚜렷한 사례가 여럿 확인돼 있다. 예컨대 똥파리는 여러 수컷에게서 정자를 모아 환경 조건(똥)에 따라 그에 최적인 정자를 선택적으로 수정시켜 알 무더기를 낳는다.



 사람에게도 사회적 단서에 따라 성비를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제1부인은 다른 부인에 비해 아들을 낳는 비율이 훨씬 더 높다. 올해 발표된, 미국의 억만장자 400명을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보통 사람에 비해 아들을 낳는 비율이 더 높았다. 아들이 집안의 재산을 계속 유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저자들은 추정한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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