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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전한 학교는 행복 필수조건

중앙일보 2013.07.16 00:38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정석
서울경찰청장
최근 연세대와 한국방정환재단에서 조사한 ‘2013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 비교’를 보면 우리 아이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72.54점으로 2012년(69.29점)보다 다소 높아졌다. 하지만 조사 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회원국 중에선 여전히 최하위였다. 여기에는 부모와 갈등,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학교폭력도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경찰통계에 따르면 금년 들어선 학교폭력 기세가 다소 약화되고 있다. 특히 신고를 통해 학교폭력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인식 변화가 뚜렷하다. 올해 들어 지난 6월 말까지 신고 건수가 958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9% 늘었고 형사 입건자는 1276명으로 35.2% 줄었다. 훈방 등 불입건자 수는 42.7% 증가했다. 이는 교육청 등과 함께한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초 학교폭력을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117센터를 확대 개편한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서울경찰은 최근 학교경찰을 가장 체계적으로 운영한다는 미국 LA카운티 학교경찰청(SPD)과 보안관청(SD)을 직접 방문해 몇 가지 시책을 벤치마킹했다. SPD는 362명의 학교경찰이 LA카운티 내 959개 학교(자체 학교경찰을 운용하는 일부 시 제외)의 치안을 전담하고 있었다. SD는 우범 청소년 관리 프로그램인 청년활동연맹(YAL)을 가동해 참여 학생의 99.9%가 고교를 졸업하는 효과(비참여 학생은 60~70%만 졸업)를 거두고 있었다.



 우리는 이를 적극 벤치마킹해 학교 전담경찰관을 62명에서 211명으로 늘려 1인당 담당학교 수 21.6개에서 3.4개교로 조정함으로써 실질적인 역할이 가능하게 했다. 일반 학생과 가해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서울 청소년 문화활동(SYCA)’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27개의 예술·운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예술가·운동선수 등 139명이 재능기부를 통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시행은 학교 문제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학생들이 참여하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경찰 활동은 업무 속성상 예방보다는 사후 조치 위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다 폭넓은 사회적 합의와 인식 변화를 전제로 하는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먼저 학교폭력이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학교폭력을 쉬쉬하지 않고 학교 관계자나 학생들이 거리낌 없이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 의무화 등 법적·제도적 보완, 교육과 함께 단호한 사회적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 패러다임 전환도 절실하다. 아이들의 생각을 인정하고 지금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선택하여 배울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행복함을 느끼는 아이들이 누구를 해코지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는가? 이와 더불어 학생들의 언어 순화, 선생님들의 교권 확보, 학교에서 벗어난 퇴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 등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풀어가야 할 숙제다.



 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인권을 우선으로 하는 사후 처리 절차와 가해 학생의 선도를 위한 프로그램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정부 부처들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상담·치료·법률 지원 등에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관련 예산 확보도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김정석 서울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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