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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들에 음악 연주 … "도움만 받다 도움 주니 뿌듯"

중앙일보 2013.07.16 00:30 4면 지면보기
하모니 인 드림 단원들이 지난달 22일 온양온천역 하부공간에서 독거노인들을 위한 작은음악회를 열었다. [사진 방축지역아동센터]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온양온천역 하부공간에서는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지역아동센터 7곳에서 악기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이 모여 결성된 ‘하모니 인 드림’ 오케스트라가 독거노인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개최한 것. 이날 ‘하모니 인 드림’은 독거노인들에게 5곡의 음악을 연주해주고 무료 급식을 배식하는 등 선행을 펼쳤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하모니 인 드림'



이들은 올해 5월 5일 신정호수공원에서도 무료 음악회를 열며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들이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으며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지 듣기 위해 12일 방축지역아동센터를 찾았다.



하모니 인 드림은 올해 3월 결성됐다. ‘1인 1악기’ 제도를 자신의 지역아동센터에 최초 도입했던 이선자 방축지역아동 센터장의 주도로 시작됐다. 이 센터장은 “문화바우처의 지원을 받아 아이들에게 1년간 악기를 가르쳤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많았다”며 “1년의 지원이 끝나자 악기를 배우던 아이들이 계속 배우고 싶다며 아쉬워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산 지역에는 총 37곳의 지역아동센터가 있는데 그 중 뜻을 같이한 7곳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결성하기로 했고 시에 사업신청을 냈다”고 덧붙였다.



‘하모니 인 드림’의 탄생 과정



이 센터장의 설명대로 하모니 인 드림 단원은 아산 지역 방축·둔포해오름·비젼1318·우리들·어진고을·키움·푸른들 7개 아동센터 소속 아동·청소년 60여 명으로 최초 구성됐었다. 하지만 연습과 레슨을 시작하니 희망자가 속출해 현재는 단원이 100여 명을 넘은 상태다.



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자신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전문 음악강사에게 레슨을 받고 매주 토요일에는 우리들지역아동센터에 모두 모여 함께 연습을 한다. 하모니 인 드림은 모두 6개의 악기를 다룬다. 바이올린·첼로·비올라·피아노·클라리넷·플룻 파트다. 악기와 강습비 등은 삼성재단꿈장학사업단과 아산시에서 공동 후원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 음악을 배우고 싶어도 못 배우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아이들에게 음악을 배울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올해 3월부터 꾸준한 연습을 통해 실력을 닦은 아이들은 작은 음악회를 펼치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독거노인들을 위한 콘서트와 어린이날 대잔치 오프닝 공연 등의 무대에 올라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다음달 9일에는 자신들의 실력을 본격적으로 뽐내기 위해 아산시청 시민홀에서 정기연주회를 가질 계획이다. 평소 공연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하모니 인 드림 첼로파트 단원들의 연습 모습.


재능기부로 조금씩 변해가는 단원들



이들의 배움이 재능기부로 이어지면서 단원들은 물론 그들의 부모들에게까지 여러 변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평소 자신감이 없어 주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김나연(13·가명)양은 재능기부를 거듭하며 자신감을 많이 키웠다고 한다. 같은 반 친구 중 한 명이 생일을 맞이하면 플룻을 직접 가져가 축하 연주를 해줄 만큼 대인관계도 좋아졌다.



 집중력이 없고 산만한 탓에 책상에 5분 이상 앉아있지 못하던 김종운(12·가명)군. 김군은 하모니 인 드림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남들의 우려대로 처음 레슨을 받을 당시 지겹고 하기 싫다며 떼를 부리곤 했지만 자신의 바이올린 실력이 조금씩 늘자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이젠 2시간 이상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해도 ‘그만하자’는 말 대신 ‘더 연습하자’고 할 정도다.



 첼로를 배우는 임미정(12·가명)양은 하모니 인 드림 단원이 된 후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의 장래희망도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됐다. 남들이 1년 동안 배워도 연주하기 어렵다는 곡을 3개월여 만에 마스터 했다고 한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은 물론 강사들까지 임양의 실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담당 강사는 “미정이에게 절대음감이라는 특별한 감각이 있다. 앞으로 미정이를 예의주시하고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이 때문에 임양은 이제 자신의 ‘꿈’도 초등학교 교사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첼로리스트가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 소속 아이들은 도움을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었다”라며 “이젠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모니 인 드림은 하반기부터 매달 사회복지시설을 순회하며 문화적 소외계층에게 재능기부를 펼칠 계획이다.



글=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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