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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20배 … 독성 해파리 몰려온다

중앙일보 2013.07.15 03:00 종합 8면 지면보기
온난화로 인해 바닷물의 수온이 상승하고 천적인 쥐치가 한국 바다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올해 노무라입깃해파리 숫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나타난 노무라입깃해파리. [사진 국제신문]


한반도 남쪽 바다에서 독성 해파리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해파리는 따뜻한 해류를 타고 서해와 남해로 퍼져 나가는 중이다. 이에 따라 본격 피서철을 앞두고 남·서 해안에 해파리 비상이 걸리게 됐다.

국립수산과학원 시범 조사
흑산 앞바다선 400배 관찰
피서철 앞둔 남?서해안 비상
해운대 1.4㎞ 그물펜스 설치



 15일 해양수산부와 전라남도에 따르면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12일 전남 신안 대흑산도 인근 바다에서 가로세로 100m당 노무라입깃해파리 숫자가 지난해에 비해 400배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지난해 한반도 바다에서 가로세로 100m 당 평균 2마리꼴로 눈에 띄던 노무라입깃해파리가 현재 대흑산도 앞바다에서는 같은 면적당 800마리 발견됐다는 것이다. 수산과학원 윤원득 박사는 “일부 해역만 조사한 것이어서 전체 해파리 수가 지난해의 수백 배라고 단정키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중국 해상에서도 해파리가 크게 늘어난 점으로 볼 때 지난해보다 20배 정도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산과학원은 지난 5월 중국 상하이(上海) 근해 등지를 1차 조사해 이미 해파리 밀도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배로 불어난 것을 확인했다. 최갑준 전남도 수산자원과장은 “최근 해파리 치어(새끼)를 잡아먹는 고등어·쥐치 숫자가 급감하면서 해파리가 폭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산과학원 측은 한반도 해역에 해파리가 얼마나 퍼졌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오는 17일 남·서해안 일대에 대한 정밀 항공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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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라입깃해파리 떼는 바다 생물을 마구 먹어치워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피서객을 쏘아 인명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해 8월 10일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8세 여자 어린이가 이 해파리에 쏘여 사망했다. 수산과학원은 남·서해안 해수욕장에 피서객 안전을 위해 그물을 칠 것을 당부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해파리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현재 1.4㎞ 구간에 그물을 설치 중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어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준다. 물고기 먹이인 플랑크톤을 마구 잡아먹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전남 목포와 신안 등지에서 상당수 어민이 해파리로 인해 조업을 포기할 정도였다. 특히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는 새우잡이 피해가 컸다.



 올해는 해파리 숫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경보에 어민과 지방자치단체, 수산 당국은 더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애를 태우는 실정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응책은 고기잡이 배 뒤에 해파리 분쇄기를 부착하는 것이다. 이러면 바다 깊이 쳐둔 그물로 고기를 잡으면서 동시에 표면에 떠 있는 해파리를 처치할 수 있다. 그러나 분쇄기가 대당 2000만원이나 해 어민들은 이를 갖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광역 지자체가 군별로 하나씩 보급해 해파리 방제를 한다지만 이 수량으로는 드넓은 바다에 퍼진 해파리의 극히 일부만 처리할 수 있는 정도다.



 따뜻한 물에 사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바다에서 볼 수 없었다. 그러다 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2003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천적이 사라진 것도 노무라입깃해파리 개체 수를 늘린 주 요인이다. 1980년대 들어 ‘쥐포’가 국민 간식이 되면서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천적인 쥐치는 한국 바다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해파리 발생 해역인 중국에서도 쥐치가 모습을 감추면서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됐다. 중국에서 쥐치가 사라진 것은 남획에 오염이 더해진 결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매년 상하이 인근 해역에서 발생해 해류를 타고 여름에 한반도 인근 해안에 도달한다. 북상하는 과정에서 갓 지름 최대 2m, 무게 150㎏까지 자라고 독성이 강해진다. 12일 전남 신안군 대흑산도 연해에서 발견된 노무라입깃해파리는 갓 지름 30~50㎝로 아직 자라는 중이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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