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수대] "대통령 한 말씀으로 밥그릇 싸움을 멈출 순 없습니다"

중앙일보 2013.07.15 00:54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지금 국사 교육 위기의 본질은 결국 밥그릇 싸움입니다.”



 고등학교 국사 교사라고 밝힌 한 독자가 “국사 교육을 도와달라”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요즘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에서 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거론하지만 그런 방식으론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본질이 밥그릇 싸움이기 때문이란다. 국사가 홀대받게 된 데는 사회탐구 과목의 형평성을 고려해 국사도 똑같이 수능 선택과목에 두어서인데, 두 과목 선택하는 사탐에서 국사를 필수로 하면 다른 사탐 선생님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사를 평가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공부하지 않으니 반드시 시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국사를 사탐 과목에서 빼내는 것이었다. 대신 수능 1교시 국어 과목을 한국학으로 개편해 국어와 국사를 함께 시험 치도록 하는 방법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국어 40문항, 국사 10문항을 별도로 출제하면 큰 부담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것. 또 이과생이 치르는 A형에선 어려운 제도사 부분을 빼면 되니 이과생한테도 정치·경제·문화사는 다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탐은 국사를 제외한 다른 과목들 중 두 과목을 선택하면 되니 사탐 선생님들도 불만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밥그릇 싸움의 본질을 인정하고, 싸움을 피하는 쪽으로 가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국어 선생님들과 논의해 이런 방법을 도출했다고 했다. 지금 국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다른 사탐 선생님들이 예민해져 함께 말도 못 섞을 정도라는 현장의 분위기도 전했다. 그는 교육부 담당자를 찾아 건의도 했단다. 담당자도 처음 듣는 얘기지만 꽤 일리가 있다고도 하더란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새로운 방식을 추진하려면 여론이 움직여줘야 한다며 실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교사들은 여론을 추동할 방법이 없어요.” 그는 도와줄 사람을 찾다 왠지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전화를 했단다. 타인의 기대를 받는다는 건 그에 대한 책임도 있는 것이므로, 내 글에 그 교사의 아이디어를 실어 세상에 던져본다.



 한데 ‘창조경제’하겠다는 나라에서 현장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여론을 등에 업지 않으면 실행되기 어렵다’고 했다니…. 가장 절박하게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현장이다. 전문 영역에 간섭하는 여론이란 구체적 방법론까지는 제시하지 못한다. 오히려 변덕스럽고, 무책임하게 목소리만 높이는 것일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중의 입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게 정확하고 빠를 거다. 현장엔 아마도 실행 가능한 다른 아이디어들이 더 많이 있을 거다.



양선희 논설위원



▶ [분수대] 더 보기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