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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건이 의원 발의 … "정부 청부입법" 비판도

중앙일보 2013.07.15 00:48 종합 6면 지면보기
경제민주화 관련 법들이 규제 개혁 심사를 피해 가기 위한 행정부의 ‘청부(請負) 입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정위의 ‘경제민주화 주요 법안 진행상황’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권 폐지를 비롯한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법안 14건 중 ‘표시광고법상 동의 의결제 도입’을 제외한 13건이 발의 의원명이 적혀 있는 의원입법의 모습을 띠고 있다.


여론 수렴 등 절차 생략 가능

 하지만 올 4월 공정위의 대통령 업무보고 보고서를 보면 경제민주화 관련 국정과제로 제시된 주요 법안들의 목표 기한이 ‘4월’ ‘5월’ ‘6월’ ‘12월’로 각각 명시돼 있다. 국정과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 만들어진 것으로, 공정위 등 소관 부처가 세부 이행계획을 세웠다. 또 국무조정실(옛 국무총리실)도 ‘국정과제 상황실’을 만들어 추진상황을 ‘3색 신호등’으로 실시간 점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순환출자 금지’의 경우 이행 목표가 6월 말로 돼 있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며 ‘노란불’의 경고를 보냈다. 순환출자가 순수한 의원입법이라면 행정부가 입법부의 고유 권한에 경고메시지를 보낸 셈이 된다. 결국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규제 개혁 심사와 여론 수용 같은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는 의원입법의 형태로 가장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부 입법의 경우 ‘법률안 입안→관계 부처 협의→당정 협의→입법 예고→공청회→규제개혁위원회 심사→법제처 심사→차관회의→국무회의→국회 제출’ 등 10개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의원입법은 ‘법안 작성→의원 10명 이상 서명→국회 제출’의 형식적 3단계만 거치면 된다. 국회법은 법률안을 낼 때 ‘공청회를 개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다만, 위원회의 의결로 이를 생략할 수 있다’고 출구를 열어 놨다.



 한양대 김태윤 행정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 법안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면서 절차는 민주화를 따르지 않았다”며 “ 입법 절차를 통해 충분히 여론 협의를 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우회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경제적 충격을 줄이는 적절한 수준의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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