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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먹은 뮤지컬 여름 특수 실종사건

중앙일보 2013.07.15 00:26 종합 22면 지면보기
올 여름 신작 뮤지컬 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스칼렛 핌퍼넬’의 한 장면. 나름 선전하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를 쇄신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사진 CJ E&M]


“누구 하나 돈 번다는 이가 없다고 한다. 이러다 자칫 국내 뮤지컬계가 공멸할지 두렵기까지 하다.”(뮤지컬 연출가 윤호진)



‘레미제라블’도 수익 장담 못 해



`해를 품은 달`의 전미도.
 한국 뮤지컬이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7,8월 여름 시즌은 연말에 이은 뮤지컬 성수기다. 휴가철을 맞아 근사한 뮤지컬 한 편 보려는 관람 풍토가 자리 잡으며 웬만큼 규모 있는 뮤지컬은 통상 여름 특수를 노리고 새 단장을 한다. 관객이 몰리며 수익도 쏠쏠한 편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혀 딴 풍경이다. “티켓 판매 1위를 해도 돈을 못 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처럼 퍼져 있다. 그래서 올 여름 대형 뮤지컬을 올리는 10여 군데 제작사에 직접 문의해봤다. “이렇게 안 팔린 적은 없었다”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고, “그래도 어느 정도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라고 대답한 제작사는 한 곳도 없었다.



  ‘엘리자벳’ ‘레베카’ 등을 제작한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 대표는 “지난해만 해도 하루에 1200장∼1400장은 팔려야 예매 사이트(인터파크)에서 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지금은 600장만 넘겨도 1위 한다. 그야말로 반 토막 난 셈”이라고 말했다.



 흥행의 어려움은 라이선스·창작, 신작·레퍼토리, 서울·수도권 등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몰아치고 있다. 심지어 세기의 뮤지컬이라는 ‘레미제라블’마저 고전하고 있다.



시장 크기는 그대로, 작품은 늘어



 레미제라블 관계자는 “6월엔 기세가 꺾였던 게 사실이었다. 장기 레이스를 하다 보면 한 번쯤 고비가 있지 않나. 그나마 7월 들어선 숨통이 트였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 현재로선 과연 종료 후 수익을 낼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궁여지책으로 파격 할인책이 동원되기도 한다. ‘시카고’는 지난주 나흘간 티켓 한 장 사면 한 장 덤으로 얹어주는, ‘1+1 깜짝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에 공연계에선 “30% 할인은 필수, 50% 할인은 선택”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돌고 있다.



  정작 국내 티켓 판매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인터파크 이종규 상무는 “지난해에 비해 뮤지컬 판매 총액은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이는 그대로인데 작품 수만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주장이다. 실제 그렇다. 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국립극장 등 국·공립은 물론,샤롯데씨어터·LG아트센터 등 민간까지 수도권에 포진한 이른바 ‘1000석 이상 메이저 공연장’ 중 7·8월에 뮤지컬을 올리지 않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표 참조>





파괴력 있는 신작 없어 관객 피로감



 블루스퀘어·디큐브아트센터 등 뮤지컬 전용관이 최근 잇따라 개관하고, 과거 유인촌 장관의 ‘공연장 특성화 정책’으로 뮤지컬 대관이 어려웠던 예술의전당까지 올해 문호를 열었다. “제대로 된 공연장이 적은 게 뮤지컬 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했던 국내 뮤지컬계의 볼멘 소리가 오히려 부메랑이 된 셈이다.



 관객 피로감이 쌓였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공연 중인 작품 대부분이 몇 차례 했던 레퍼토리 뮤지컬이라 신선감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지난해엔 무려 유료점유율 95%를 기록한,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가 시장을 주도하며 일종의 착시 효과를 낳았지만 올해는 파괴력 있는 신작이 없는 형국이다.



 현재로선 마땅한 해결책도 없어 보인다. ‘두 도시 이야기’의 최용석 대표는 “ 급등한 배우 개런티 등 요즘 같은 고비용 구조에선 어떤 뮤지컬도 수익내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잭 더 리퍼’ 김선미 대표는 “국내는 이미 포화상태다. 내년엔 일본 시장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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