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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처녀 '란', 함흥서 만난 '자야' … 모던 보이 백석의 사랑

중앙일보 2013.07.15 00:24 종합 23면 지면보기
사랑은 시의 자양분이다. 백석의 절창도 그를 스쳐간 아프고 애틋한 사랑에서 비롯했다. 당대 인기가 컸던 ‘모던 보이’ 백석은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다. 노천명(1912~57)과 최정희(1906~90) 등 당대 주요 여류 문인도 백석에 대한 애정을 작품으로 표현할 정도였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로 시작하는 노천명의 대표작 ‘사슴’의 사슴은 백석을 가리켰다고 한다.



 이런 인기에도 백석의 사랑은 늘 비극적이었다. 백석이 ‘란(蘭)’이라 지칭한 경남 통영 출신의 박경련(사진)은 그가 평생을 두고 사랑한 여인이었다. 백석은 이화고녀를 다니던 박경련을 보고 한눈에 반했지만 박씨 집의 반대로 결혼은 무산된다. 박씨가 그의 친구이자 조선일보 동료 기자였던 신현중과 결혼하자 충격을 받고 함흥으로 떠난다. 박씨를 만나기 위해 통영을 찾았던 기억은 시 ‘통영’ 등과 ‘남행시초’ 연작으로 남는다.



 요정 대원각의 주인으로 법정 스님에게 길상사를 기부한 김영한(1916~99)씨와의 사랑이야기도 인구에 회자된다. 실연의 충격에 허우적대던 백석은 1936년 함흥 영생여고보 회식에서 만난 김씨와 사랑에 빠진다. 백석은 김씨를 ‘자야’라 부르며 서울 청진동에서 잠시 동거하기도 했지만 39년 백석이 만주로 떠나며 헤어진다.



 38년 발표한 그의 대표작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는 자야를 그리는 시로 알려져 있지만 백석이 제자 김진세의 누이를 흠모해 청혼한 뒤 퇴짜를 맞은 실연의 상처를 담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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