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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의 우리 역사 속의 미소] 미소 띠고 노래하는 부부 토우

중앙일보 2013.07.15 00:07 종합 28면 지면보기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1926년 경주역 개축공사를 실시하기 위해 흙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소형 토우들이 발견되었다. 현재의 황남대총(제98호분) 서쪽 고분군 사이 지역이다. 토우라 함은 흙으로 빚은 사람·동물·기물이 포함되는, 주로 무덤의 부장품으로 쓰이는 일종의 명기(明器)다. 대체로 고배의 뚜껑이나 목이 긴 항아리의 어깨나 몸체에 부착된 소형 토우로 길이는 5㎝ 내외며 시기는 5~6세기 초로 추정된다.



 이 황남대총에서 발굴된 토우는 수천 점에 달하는데 종류는 각양각색이다.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투박하기는 해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당시 신라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사랑을 나누는 장면, 아이를 낳는 산모, 흥겹게 연주하는 악사, 노래하는 사람들, 춤을 추는 사람, 말 타고 사냥하는 일상과 그리고 생로병사의 기쁨과 슬픔을 속속들이 비춰주고 있다. 악기로는 가야금, 비파, 피리가 주종을 이루고 동물의 형상도 다양하다. 호랑이, 소, 말, 토끼, 사슴, 개, 개구리, 거북이, 용, 뱀, 독수리, 원앙, 오리, 새, 물고기 등 모든 동물이 동원되었다.



부부토우(夫婦土偶). [국립 경주박물관 소장]
 옆의 부부 토우는 두 손을 배에 모으고 힘껏 목청을 높여 미소를 띠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다. 남자 토우는 8.2㎝로 머리에 상투를 틀고 긴 저고리에 통이 좁은 바지를 입고 있다. 귀와 코가 강조되고 허리띠 매듭 부분이 돌출된 점이 특이하다. 여자 토우는 5.3㎝로 동그란 얼굴에 가슴이 튀어나오고 뻥 뚫린 배꼽이 유난히 눈에 띈다. 발목까지 드리운 주름치마를 통해 당시 여성들이 치마를 입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희망을 노래하는 몸짓이기도 하고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주술의 의미도 엿보인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흥이 넘치는 정서가 있다. 요즘 세계를 흔들고 있는 K팝이 우연이 아니다. 전통의 DNA가 있는 것이다. 한류가 드라마에서 시작되어 K팝으로 진화돼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면 이제는 다양성을 강화할 시점에 왔다. 다른 나라와 차별성을 가진 전통문화에 눈을 돌려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현대화, 세계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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