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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된 시장, 저가 폰 공세 … “Mr. 갤럭시, 한국 증시 괜찮겠어?”

중앙선데이 2013.07.14 00:34 331호 20면 지면보기
지난달 6일 나온 JP모건의 삼성전자 보고서.
시작은 지난달 6일 나온 외국계 증권사 JP모건의 보고서였다. ‘카메라 모듈과 케이스 제조회사 등의 하청업체를 조사해 보니 삼성전자의 3분기 부품 발주량이 줄어들었다. 유럽과 내수시장 수요가 줄어서다. 갤럭시 S4의 판매 둔화 속도는 S3보다 훨씬 빠르다. 고급 스마트폰의 판매가 기대에 밑돌아 마진은 줄어들 것이다…’. 보고서는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튿날 삼성전자 주가는 하루에 6.18% 급락했다. 11일엔 모건스탠리마저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예상에 못 미친다”며 목표 주가를 180만원에서 175만원으로 낮췄다. 6월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6715억원어치나 팔았다.
 

널뛰는 주가, 삼성전자 어디로

2004년의 공포, 재연될까
증권사 보고서 한 장에 기다렸다는 듯 급락한 주가. 전문가들은 “울고 싶던 시장을 뺨 때려준 격이어서”라고 분석한다. ▶지난달 하반기 이후 큰 조정 없이 줄곧 오른 삼성전자 주가에 투자자의 피로감이 큰 데다 ▶고급 스마트폰 시장의 전망이 좋지 않다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스마트폰 사업 의존도가 너무 높은 구조도 불안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보고서 하나만으로 의사 결정을 내린다고 볼 수 없지만 매도 시점을 찾던 참에 때맞춰 JP모건의 보고서가 나왔다”고 말했다.

가장 큰 우려는 고급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2017년까지 성장하겠지만, 고급 스마트폰만 놓고 보면 당장 내년부터 판매량이 정체될 거라는 게 시장 분석기관의 전망이다.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8조7800억원) 중 스마트폰 사업이 속해 있는 IM(IT&모바일) 부문이 올린 이익(6조5100억원) 비중은 73.6%. 투자자는 고급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를 삼성전자의 미래로 인식한다.

다음은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에 대한 경고가 계속 나오는데.
“설득력이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북미·유럽의 스마트폰 보급률도 60%를 넘어선다. 한 대에 1000달러 정도인 고급 스마트폰을 열에 여섯 명이 샀다는 건 이제 살 사람은 다 샀단 거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사지 않은 사람들은 저가 스마트폰을 살 거다.”

-갤럭시 S4가 생각보다 안 팔리며 투자자 실망감이 크다.
“윈도 시리즈도 처음 출시된 95 버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XP 등의 신제품은 예전 같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어떤 제품이든 초기 제품이 핵심 경쟁력을 갖고 있다. 카메라 화소 수를 높이는 것 같은 추가 기능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스마트폰 사업 미래가 어둡다고 기업 전체 주가가 이렇게 빠질 수 있을까.
“IT 시장은 워낙 변동성이 크다. 반도체 값만 보자. 2005년 4메가 D램 반도체는 10개월 사이에 가격이 한 개당 48달러에서 1달러로 떨어졌다. 한번 외면받으면 가격이 급락하는 게 이 시장이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좋은 기업이지만 좋은 주식은 아니다. 너무 변동성이 크다.”

투자자들이 2004년 트라우마에 사로잡혔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해, 노키아와의 휴대전화 가격 경쟁 때문에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영업이익률은 1분기 27.2%에서 4분기 3.8%로 급락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스마트폰 시장 상황은 후발 주자들이 쫓아오며 1, 2위 업체의 마진이 급감하던 2004년과 닮아있다”면서도 “그 당시보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LCD 사업이 견실하고 미국의 경기도 살아나는 만큼 그리 심각한 상황이 오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굴지의 외국계 증권사들이 잇따라 “삼성전자 주식을 팔라”는 보고서를 낸 것과 달리 국내 증권업계에선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주가 급락으로 이익 대비 주식 가치는 매력적이란 의견이 많다.

“시장 반응 심해 … 주가 싸다”
최근 투매에 가까운 외국인 매도세에 대해선 “기대가 지나쳤기 때문”이라는 게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중론이다. 삼성전자 IM 부문의 전체 영업이익은 2010년 4조원대에서 2011년 8조원대로, 지난해는 19조원대로 늘어났다. 이런 기하급수적인 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시장이 과도한 실망감을 보였다는 것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잠정 발표된 2분기 실적에선 미국에서 신규 유통 채널을 구축하면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 영업이익률이 다소 떨어진 것도 시장의 실망을 더한 요인”이라며 “2014년까지는 영업이익도, 시장 수요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이 저가 스마트폰 물량 공세에 밀려 애플·노키아와 같은 추락을 맛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 역시 상당수 국내 전문가들은 일축하는 편이다. 노 연구원은 “삼성은 2010년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압도적으로 선점할 당시 충격을 빠르게 극복하고 선두로 치고 나갈 정도로 대응력이 빠른 회사”라며 “하반기에 갤럭시 노트3나 중고가 모델인 갤럭시 S4 미니 등이 출시되는 만큼 시장 변화를 주도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팔고 싶은 만큼 팔고 나가 더 이상 주가가 크게 빠지지 않을 거란 주장도 많다. 8일 기준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7.56%로 2009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다음은 오영보 한맥투자증권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삼성전자 때문에 코스피 종합지수까지 출렁인다.
“사실 삼성전자 주가는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증시를 대변하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실망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신흥국을 이탈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의 집중 보유 종목인 삼성전자가 큰 타격을 받은 걸로 본다.”

-‘대장주’라지만 이렇게 변동성이 크다면 개인투자자들에겐 위험이 너무 큰 게 아닐까.
“현재 주가는 충분히 싸다.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안팎에서 7배 남짓으로 떨어져 있다. 다변화된 포트폴리오, 빼어난 실적 안정성을 따지면 투자할 만하다. 다만 이달 말로 예정된 2분기 확정 실적 발표까지는 지켜보는 게 좋겠다.”

다시 입증된 외국계 증권사 입김
삼성전자 주가를 둘러싼 논란은 국내 증권업계의 기업 분석 능력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기업 이익 전망을 장밋빛 일색으로 내놓는 관행 ▶위기의 징후가 보여도 앞장서 매도 보고서는 쓰지 않는 소극적 태도가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를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국내 중소형 투자자문사 대표는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이 특별히 우수하다기보다 모두가 A라고 할 때 B라고 하는 과감성 때문에 인정을 받는 것 같다”며 “증권사 영업을 고려해 부정적인 내용은 알면서도 묵살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결국 냉정한 기업 평가를 접하기 힘든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열세에 놓이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실제로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로 국내 기업 주가가 출렁인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지난해 9월 UBS증권의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심화에 타격을 받을 것”이란 보고서에 LG전자 주가가 하루에만 5.42% 빠졌고, 같은 해 11월 씨티증권이 “온라인 게임 시장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고 매도 의견을 내자 엔씨소프트 주가는 하루에 12.91% 떨어졌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에선 매도 의견 보고서를 통해서도 증권사가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이 형성돼 있는데 국내는 그렇지 않다”며 “증권업계의 수익 구조가 바뀌어야 보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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