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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차종 순위도 바꿔 … 편의점 日 2000만원 매출도

중앙선데이 2013.07.14 00:48 331호 22면 지면보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가족단위 휴가객을 겨냥해 만든 옥상공원 ‘주라지(Zooraji)’ 테마파크의 모습. [사진 신세계백화점]
SK텔레콤 네트워크운용본부 김상운 매니저에게는 7~8월이 가장 바쁜 때다. 김 매니저의 주 업무는 늘어나는 데이터 사용량과 통화량을 파악하고 이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 어디에서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는지 파악하고 해당 지역에 이동기지국 차량을 급파하게 그의 임무다. 휴가철에 그가 더 바빠지는 건 평소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국립공원이나 해변 등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에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를 비롯한 전국 주요 해수욕장의 데이터 트래픽과 통화량은 집중감시기간(7월 말부터 보름가량) 동안 평소보다 54%, 국공립공원은 58%가 늘어난다. 해변과 휴양지, 고속도로 인근 등 전국 781개 지역이 집중 관리 대상이다. 김 매니저는 “휴가는 10월 초에나 가볼 생각”이라며 “우리 회사에서만 나 말고도 전국에서 245명이 휴가철 트래픽 폭주 대응을 위해 상시 대기하고 있다”며 웃었다.

‘7말 8초’ 남들 놀 때 돈 버는 ‘휴가의 경제학’

대형마트서 튜브 바람 넣기 등 이색 서비스도
‘7말 8초’. 다른 이들에겐 휴가기간이지만, 유독 이때 바빠지는 기업과 사람들이 있다. 통신업계는 물론 서비스업계도 그렇다. 도심 놀이시설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의 경우 7~8월 휴가시즌 입장객이 평소보다 40%가량 늘어난다. 이 두 달 동안 롯데월드 한 해 입장객의 20%가 방문한다. 특히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때면 야간 입장객이 비수기보다 50% 늘어난다. 롯데월드 측은 “늘어나는 휴가철 입장객에 대응하기 위해 휴가철엔 30% 정도 인력을 늘리는 게 보통”이라고 소개했다.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은 7~8월 평균 95%의 객실 예약률을 기록한다. 평소엔 4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지만, 이 기간엔 임시직원 등 근무 인원이 20%가량 늘어난다. 롯데마트는 이달 들어 본격적인 휴가철 마케팅에 돌입했다. 먹거리 등을 구입하기 위해 휴가지 인근 대형마트를 찾는 피서객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 회사는 휴가지 인근에 있는 충남 서산·전남 목포·제주점 등 10개 점포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에게 ‘냉동 생수’와 ‘안내 전단 쿠폰’ 등을 나눠주며 홍보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점포뿐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팀을 짜고 점포 인근 바닷가 등을 찾아 냉동 생수와 ‘관광 안내 부채’ 등을 나눠줄 계획이다. 또 점포를 방문한 이들에게는 튜브와 고무보트 등의 공기를 무료로 넣어주고 있다. 주말에는 ‘수박 빨리 먹기’ 등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베스트셀러 중 소설류 많아져
기업들이 너도나도 휴가객 잡기에 나서는 건 그만큼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다. 휴가철엔 인기차종 순위까지 바뀌기도 한다. 국내 최대 중고차 전문기업인 SK엔카가 지난 5월부터 이달 10일까지 판매 완료된 중고차량의 판매 소요 기간을 조사한 결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현대 싼타페 DM(2012년식)이 평균 판매 소요 기간 7.17일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인기 상위 10종의 차량 중 6대가 SUV였다. 지난 4월엔 경차와 준중형차가 가장 빨리 팔리는 차종이었다.

SK엔카 임민경 팀장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장거리 여행과 캠핑 등에 적합한 SUV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덕분”이라고 풀이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휴가철에 오히려 더 호황을 누린다. 백화점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휴가철은 비수기로 여겨지는 것과는 정반대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의 서울 소재 점포들(본점·강남점·영등포점)의 지난해 7~8월 매출 비중은 연간 매출의 13%였던 반면, 같은 기간 센텀시티점의 매출 비중은 16.1%였다. 또 서울 점포의 2012년 7~8월 방문 고객 수는 전년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센텀시티점의 방문객은 12%가 늘어났다.

백화점 측은 휴가철 쇼핑객들이 어린 자녀와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센텀시티점 9층의 스카이파크를 최근 리뉴얼해 공룡을 테마로 한 상설 옥외 테마파크인 ‘주라지(Zooraji)’를 열고 휴가지 마케팅에 돌입했다. 휴가철은 편의점 업계에도 호재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최근 전국 주요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110여 점의 지난해 매출을 분석한 결과, 1년 전체 매출의 40%가량이 휴가철인 7~8월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휴가지 인근 점포의 매출은 전국 평균 매출의 2.7배에 달할 정도다. 이 회사 최민호 매니저는 “해운대해수욕장 휴가객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100만원도 안 되던 하루 매출이 2000만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며 “휴가시즌에는 평소 1~2명이던 점포 근무 인원을 10여 명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휴가는 인기도서 순위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출판인협회가 7월 첫 주 집계·발표한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상위 10종의 책 중 5가지가 소설류로 나타났다. 1위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스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3위가 정유정의 『28』,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 1』은 7위였다. 협회 측은 “최근까지만 해도 힐링을 주제로 한 책들에 소설류가 밀렸지만 휴가철이 되면서 다시 소설을 찾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휴가시즌엔 어느 정도 시간 여유가 있는 만큼 내용이 긴 소설이 잘 팔린다”고 설명했다.
 
해외 봉사·자전거 여행, 별난 휴가도 늘어
직원들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대표적이다. 신세계그룹은 그룹 내 과장급 이상 전원에게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박3일간 머물 수 있는 투숙권과 식사권을 준다. 고속철도(KTX) 등 교통비까지 지원한다. 대리급 이하 직원에게는 강원도 속초 영랑호 리조트 1일 숙박권과 식사권을 준다.

SK텔레콤은 교통이 불편한 산간·해안 등의 기지국 관리를 위해 기지국 옆에 만들어 놓은 숙소를 휴가철 동안 임직원과 직원 가족들이 무료로 쓸 수 있는 ‘기지국 콘도’를 운영 중이다. 기지국 콘도는 제주도 서귀포와 부산시, 강원도 속초 등 전국 유명 휴양지 인근 6곳에 있다.

이색적인 휴가를 즐기는 이도 늘고 있다. 휴가 대신 아예 네팔 등으로 봉사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롯데마트 최원석(34) 과장은 이번 여름휴가 기간에 일본 대마도를 자전거로 일주할 계획이다. 대마도의 경우 캠핑 장비가 없어도 숙박이 가능한 방갈로 등 숙소가 있는 데다 텐트나 취사도구를 대여해 캠핑을 할 수도 있어 자전거 여행객들 사이에서 최근 인기다. 최 과장은 “인기 휴양지에서 수많은 인파에 시달리면서 피로가 더 쌓이느니 색다른 곳에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어 좋다”며 “사내에서 마음이 맞는 동호회끼리 뭉쳐서 휴가를 함께 가는 이들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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