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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참신하게 산다는 것

중앙선데이 2013.07.14 01:34 331호 27면 지면보기
나이 먹은 탓인지 어떤 날은 새벽 3시부터 깨어 잠이 오지 않는다. 어둡고 적적한 방에 향(香) 하나 켜 좌선을 하거나 동이 틀 때까지 창문을 열고 작은 조명 아래 책 읽는 날이 많다. ‘무죽령인속(無竹令人俗)’이라는 말이 있다. 송(宋)대의 소동파는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이 속되다”고 했는데, 이런 날은 맑은 대 바람 소리가 그립다.

최근 읽은 글 중에 『내 감정을 이기는 심리학』이 있다. 흔히 세상 사는 재미를 말할 때 ‘친구가 최고’라고 하지만 오랫동안 내 친구는 책이었다. 책만이 오직 배신하지 않으며 영혼을 맑게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중심이 돼줬기 때문이다.

이 책엔 사람들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몸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실은 마음 속에 더 큰 에너지가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즉 인간의 에너지는 크게 3대 7의 비율로 나뉘는데, 3이 몸에서 사용하는 힘 에너지이고, 7이 감정에서 나오는 ‘마음속의 에너지(Emotional Energy, EE)’다. 예를 들어 기분이 상하면 몸 전반이 가라앉고 흥이 깨지면 맥이 풀어지는 이유는 바로 EE가 우리 삶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2000년대부터 서서히 일기 시작한 풍조 중 하나가 ‘웰빙’이다. ‘웰빙’은 사회를 분홍빛으로 물들이며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한 삶의 공간을 추구하게 했다. 멋진 디자인과 편리함, 무공해 음식 등이 우리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듯했다. 그런데 풍요가 과연 웰빙인가? 스스로 물어본다. 풍요 속에는 반드시 권태가 따라붙는 게 세상의 묘함이다. 그래서 우울증도 알고 보면 삶의 권태증이라고 보는 것이다.

평소 나는 이런 말을 자주한다. “삶에서 가장 멋진 것은 맑게 정리가 돼 있는 사람들의 삶이다.” 최근 수행 중인 친구가 전화를 했다. 그는 “요즘 종교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참신한 맛이 없다”고 말했다. ‘참신’이란 무엇인가. 참으로 신선하다, 그윽하고 멋지며 품격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EE, 마음의 에너지는 이런 참신한 맛에서 나온다. 참신함에서 기쁨이 형성되고 서로가 위해주는 품격이 지켜진다. 『감정을 이기는 심리학』에서도 이런 말이 나온다. 정리된 마음, 맑은 품격, 나누는 기쁨 이 세 가지가 있어야 살맛 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머물러 쉴 곳이 없다. 함께 나누고 어떻게 머물다 떠날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이 없는 현실이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선진국이니, 국격이니 말하지만 아직도 맑은 기쁨이 없는 세상에 사는 건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바로 ‘품격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자괴감 탓이다. 수행 중인 친구가 말한 참신성이 없다는 뜻은 이런 바탕에 각자의 향기로운 꽃을 피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서로에게 아름다운 꽃이 되려면 그 향기도 그윽해야 한다는 뜻이다.

원불교 성가에 ‘우리 일찍 운형수제(雲兄水第) 아니던가’라는 구절이 있다. 구름처럼 하얗게 뭉쳐 형이 되고 물처럼 맑게 흘러 아우가 된다는, 참으로 감동적인 말이다. 하늘과 구름에도 질서가 있고 흐르는 물도 감미로운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품격과 인간성을 주제로 꽃피우는 세상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그것의 해답이 맑게 정리된 삶의 참신성이다. 다시 말해 영리하게만 살아온 세상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는 이유가 무언가 하고 가슴으로 짚어 봐야 한다. “바보처럼 살아온 것이 내 삶을 건강하게 했다”는 사람들의 고백이 세상을 치유한다.



정은광 원광대학교 미술관 학예사. 미학을 전공했으며 수행과 선그림(禪畵)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마음을 소유하지 마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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