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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은?

중앙선데이 2013.07.14 01:51 331호 29면 지면보기
안전한 교통수단을 이야기할 때 가장 그럴싸한 자료가 영국 여행잡지 ‘모던 레일웨이’의 2000년 보도 내용이다. 여행객 10억 명당, 여행기간 10억 시간당, 여행거리 10억㎞당 사망률을 기준으로 도보, 자전거, 오토바이, 승용차, 승합차, 버스, 철도, 선박, 항공기, 우주왕복선 등 10가지 교통수단의 안전성을 비교했다. 보험회사의 항공보험료 산정 시 기준자료다.

여행객 숫자를 기준으로 할 경우 버스가 4.3으로 가장 안전성이 높았다. 다음으로 철도(20)·승합차(20), 승용차(40)·도보(40) 순이었다. 항공기는 7위였다. 여행시간을 기준으로 잡으면 버스가 11.1로 가장 안전했고, 철도(30), 항공기(30.8), 선박(50)이 뒤를 이었다. 두 경우 모두 최악은 우주왕복선이었다.

하지만 기준을 여행거리로 바꾸면 결과가 좀 다르다. 항공기가 0.05로 가장 안전했고 버스(0.4), 철도(0.6), 승합차(1.2)가 그 다음이었다. 108.9로 꼴찌를 차지한 오토바이는 여행객과 여행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도 안전성이 뒤에서 2등이었다. 안전성은 세 항목에서 각각 1, 2위인 버스와 2, 3위인 철도가 으뜸이지만 항공기도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다. 빠르게 목적지까지 가는 데 항공기와 경쟁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아직 없다.

항공여행이 보편화하면서 항공사고도 그만큼 잦아지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NGO)인 항공기추락기록사무국(ACRO)은 탑승객 6명이 넘는 전 세계 항공사고를 기록한다. 헬기, 열기구, 전투기는 제외다. 이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최다 희생자가 발생한 해는 9·11테러가 일어난 2001년이다. 200건의 사고가 발생해 4140명이 숨졌다. 사고 건수로는 117건이 발생한 2011년이, 희생자 숫자로는 771명이 숨진 2004년이 각각 가장 사고가 적은 해로 기록됐다. 따져 보면 매년 꾸준히 그 이상의 사고가 발생해온 셈이다.

그러면 여객기 어느 부분이 가장 안전할까. 2007년 잡지 ‘포퓰러 메카닉스’는 보잉사 자료를 인용해 항공사고 발생 때 뒷부분이 앞부분보다 40% 정도 생존확률이 더 높다고 보도했다. 비행기록장치를 통상 여객기 꼬리부분에 장착한다는 사실도 여기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특히 안전한 자리라곤 없다’고 잘라 말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214기 사고로 항공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항공기 운항은 대형 여객기의 경우 450만 개에 이르는 수많은 부품, 복잡한 절차, 조종사·관제사·정비사·객실 승무원 등 수많은 항공산업 종사자들의 업무가 결합돼 이뤄진다. 특히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사고에서 객실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여객기에 남아 승객 탈출을 책임졌다. 하지만 이 용감하고 당당한 이들도 대형사고를 겪은 모든 사람이 그러듯 장차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사고를 겪은 다른 승객들과 함께 이들에게도 심리적·정신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장기간의 조사를 거쳐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사고 원인에 대한 추측과 예단은 금물이다. 하나하나 따지면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 작고 사소한 여러 요인이 결합되면서 그것들이 꼬이고 증폭돼 큰 사고로 이어지는 ‘시스템 재앙’이 항공 분야에서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화학공장, 댐, 선박 등에서 발생하는 다른 대형 사고와 마찬가지다. 이번 사고로 안타깝게 희생된 중국 소녀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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