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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소유하는 새로운 방법

온라인 중앙일보 2013.07.14 03:15
예술 작품을 가까이하는 지인들에게 간혹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 작품 사두면 값이 오를까요?”



미술 시장 전문가는 아니지만 작가와 작품을 연구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역할도 꾸준히 해왔으니 이제 그런 질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뭔가 편치 않다.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들로 답을 하고 나서도 선뜻 머릿속이 상쾌해지지 않는 건, 그런 질문 하나를 들으면 되묻고 싶은 질문이 열 가지쯤 떠오르기 때문이다.



우선 작품 가격에 대해 원론적인 한 가지만 말하자면, 시장 예측은 일기예보와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특정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변수들을 정량화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도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하물며 한 작가가 동일한 시기에 완성한 여러 작품들도 시간이 흐르면 현격한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특정 작품의 미래가치를 금전적으로 환산해 말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진짜 질문은 그 다음에 시작된다. “무엇을 소유할 것이냐?”에서 “어떻게 소유할 것이냐?”로의 이행이다. 지금은 예술 작품을 소장하는 것의 의미와 방법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자이며 문명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이 이미 지적했듯, 지금 우리는 소유가 아닌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를 살아가고 있다. 환금 가치를 지닌 재화를 소유하는 양식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에 기반한 가상공간은 현실의 범주를 무한히 확장시켜 나가고 있고, 산업 자본의 위력을 능가하는 문화 자원의 힘은 하루가 다르게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다가올 금전적 가치 상승에 대비해 개인이 물건을 쌓아두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물론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동력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개인 소장가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유명 작가의 한정된 작품에 대한 소유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 특정 작품을 점유하는 형태의 배타적 소비보다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협력적 소비가 바람직한 시대가 왔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예술에 대한 협력적 소비의 전통적인 방법 중 하나는 개인 대신 기관이 소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영리로 운영되는 미술관은 본래 작품을 수집하고 소장하면서 그 예술적 가치를 다수의 사람과 공유할 수 있도록 전시하고 교육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세계적인 미술관들은 대체로 활동과 운영을 위한 자금을 애호가들의 기부로 충당한다.



물론 거대한 자본력을 가진 기업이나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자주 미술관을 찾고 작품 감상을 즐기는 개인이 손쉽게 미술관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협력적 소비의 핵심 미덕은 한정된 자원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명화 한 점을 구입하는 것보다 다양한 예술적 활동과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사고의 전환은 미술관 운영 방식에 있어서도 조용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공간이나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작품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온라인 미술관이나 예술품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등은 이 같은 인식의 기초 단계에 해당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술관이 소장 기능 자체를 최소화하는 시도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림미술관이 작품 소장에 지출할 경비를 전시 기획과 인력 확보에 돌려 최근 2, 3년간 연간 관람객이 두 배씩 증가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좋은 작품을 사들이는 대신 빌려오는 방법으로 더 많은 사람을 예술에 접속시켜 감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현대미술 전문인 뉴욕 뉴뮤지엄의 경우 매년 일정 비용을 작품 소장을 위해 지출하지만 한 번 사들인 작품은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저장 탱크를 최소한으로 가동함으로써 지속적 순환을 통해 접속의 기회를 늘리려는 전략이다.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적 가치를 존중하는 한 사람의 애호가로 돌아와서 나에게 묻게 된다. 소유가 주는 안도감 대신 접속이 자극하는 유동성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깨닫게 된다. 이 시대가 여전히 매력적인 것은 ‘나’보다는 ‘우리’를 두고 고민할 일이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신수진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와 한진그룹 일우재단에서 일한다. 수용자 중심의 예술비평을 바탕으로 전시·출판·교육 등 시각적 소통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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