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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동행명령 거부 배짱 … 홍준표, 믿는 데가 있었다

중앙일보 2013.07.11 03:00 종합 10면 지면보기
홍준표
국회로부터 동행명령장을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동행명령에 불응하면서 동행명령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해 10일 오후 4시까지 출석하라는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조특위’의 동행명령을 끝내 거부했다. 국회는 동행명령을 거부한 홍 지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다. 현행법엔 국회 모욕죄로 고발당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도 홍 지사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무슨 죄인이냐? 어이가 없네…”라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동행명령 거부로 유죄 판결 난 경우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사례 전수 조사 해보니
징역형 가능한 모욕죄 처벌
고발한 32건 중 1건도 없어

 본지가 동행명령 제도가 생긴 1988년 8월 이후 동행명령 불이행으로 고발된 사례를 전수 조사한 결과 홍 지사의 발언이 사실로 드러났다. 13대 국회부터 19대까지 불출석 및 동행명령 거부에 의한 ‘국회 모욕의 죄(모욕죄)’로 고발당한 경우는 모두 32건이었다. 이 중 벌금형 약식 기소가 된 경우는 4건, 기소유예가 1건이었다. 검찰이 불출석 사유가 아닌 동행명령 거부에 의한 모욕죄로 기소한 경우는 전체 32건 중 단 한 번뿐이었다. 2004년 국감에서 법사위로부터 고발당한 윤창렬 전 굿모닝시티 대표가 유일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미 그가 횡령죄로 10년형을 선고받은 상태인 점을 감안해 형을 면제해줬다.



 그러나 나머지의 경우는 동행명령 불응이 아닌 불출석 혐의로 기소됐다. 2003년 국감 때 신안종합건설 박순석 대표이사는 동행명령 거부로 법사위로부터 고발당했다. 그러나 검찰은 ‘불출석’ 부분에 대해서만 벌금 600만원에 약식 기소했을 뿐 ‘모욕죄’에 대한 부분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역시 2002년 국감 때 법사위 증인으로 불출석했으나 국회 불출석에 따른 벌금형 200만원만 받고 모욕죄 부분은 무혐의를 받았다. 형량으로만 보면 모욕죄가 훨씬 더 강도 높은 처벌로 보이지만 실제 적용돼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전무했다. 당장 국조특위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왔다. 새누리당의 한 특위 위원은 “지난 관례에 비춰볼 때 이번 역시 고발을 하더라도 벌금형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홍 지사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는 게 더 큰 손해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렇게 법이 유명무실하게 된 건 국회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기 연세대(법대) 교수는 “국회가 고발을 하고도 강력히 처벌을 촉구하지 않아 검찰도 불출석과 모욕죄를 비슷하게 적용해 약식 기소 수준에 그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호 성균관대(법대) 교수는 “국회가 그동안 증인 채택이나 출석 요구를 정치적·정략적 도구로 쓰다 보니 증인 입장에서 ‘흠집 내기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불출석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국회부터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증인 채택을 하고 출석 요구를 해서 국민 신뢰를 쌓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행명령이 친박과 무슨 상관”=전날 홍 지사의 “내가 친박이라면 이렇게까지 나를 핍박했겠느냐”고 발언(중앙일보 10일자 6면)한 데 대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뜬금없는 소리다. (동행명령 발부가) 친박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김경진·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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