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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퇴임 111일 만에 … 국정원장 개인비리 첫 구속

중앙일보 2013.07.11 01:01 종합 4면 지면보기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이 황보건설 황보연(62·구속기소) 대표에게서 청탁과 함께 1억7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10일 구속 수감됐다. 1998년 국정원 출범 이후 전직 국정원장이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1억7000만원 금품 수수 혐의
황보건설 '비자금 장부' 결정적
입출금 내역·시간·사용처 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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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김우수(47)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이 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대기하던 원 전 원장은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이날 11시20분쯤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그는 “여전히 현금 수수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억울한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것은 뭐, 말 안 하겠습니다”라고 답한 뒤 대기 중이던 검찰 차량에 올라탔다. 원 전 원장에 대한 법원 심문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두 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실질심사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 소속 이영상(40) 부부장과 이광석(39)·마수열(42) 검사가 참석했다. 법원장 출신인 이동명(54) 변호사가 나와 원 전 원장을 변호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배경에는 검찰이 제시한 황보건설의 ‘비자금 장부’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황 대표의 비서를 조사하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해당 장부를 확보했다. 엑셀 파일로 돼 있는 장부에는 입출금 내역과 날짜, 시간뿐 아니라 돈의 용처까지 빼곡히 적혀 있다고 한다. 검찰은 황 대표의 개인 수첩도 확보해 두 사람이 만난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을 특정했다. 매번 만남에 앞서 거액의 현금이 인출된 흔적도 발견했다. 또 “홈플러스 이승한(67) 회장이 ‘홈플러스 인천 무의도 연수원 건립 과정에서 산림청 인허가를 받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만큼 대가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황보건설은 홈플러스 연수원의 토목공사를 수주했다. 이처럼 물증과 제3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혐의가 명백한 만큼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찰 주장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이에 맞서 변호인 측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 달라”는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원장이 댓글 등 정치개입 혐의로 이미 한 차례 기소된 신분인 만큼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과 크리스털 조각 등 선물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에서 밝힌 대로 대가성이나 청탁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산림청장과의 통화내역 등 산림청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구체적 물증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당한 정황증거가 확보된 만큼 구속 수사를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에는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던 2009~2010년 황 대표로부터 네 번에 걸쳐 현금 1억2000만원과 4만 달러(약 4500만원)를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2010년 1월 환갑 축하 명목으로 20돈짜리 금 십장생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호랑이 조각 등 500여만원어치 선물을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추가로 조사한 뒤 구속 수사 기한이 끝나는 이달 중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특별수사팀은 국정원장 재직 시절 18대 대선 등 정치활동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법 위반)를 적용해 원 전 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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