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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애국가' 작사한 박세영, 분단 탓 서정성 저평가

중앙일보 2013.07.11 00:58 종합 8면 지면보기
분단 이후 한국 문학도 체제와 이념 갈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월북·납북 문인들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평가를 덜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 문학사의 빈 공간은 일종의 운명과도 같았다.


임화·김기림·한설야·김남천
이념 대립에 남북 모두 외면

 8·15 해방과 한국전쟁을 전후해 북한으로 넘어간 시인 중 가장 조명을 받지 못한 이로는 박세영(1902~89)이 꼽혔다(전문가 응답 5명). 박세영은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카프) 계열의 시인이면서도 전통적 서정성을 강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북한 애국가를 작사하고, 1959년 북한에서 공훈작가로 추대되는 등 김일성 체제를 지지했던 정치적 배경 때문에 한국 문단에서 부각되기 어려웠다. 이성천 경희대 객원교수는 “시각의 차이는 있지만 박세영의 작품 세계는 시기별로 사회주의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정시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알려진 설정식(1912∼53)도 문학사에서 소외된 시인으로 꼽혔다.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이념에 치우친 현대사는 설정식의 문학적 삶을 ‘좌익-우익-좌익-월북-숙청’으로 이어지게 했다. 그의 삶은 해방과 분단으로 이어진 이념 시대의 도상학”이라고 말했다.



 카프의 으뜸가는 공로자인 임화(1908∼53)와 1930년대 한국 현대 시론 형성에 큰 기여를 하며 한국 모더니즘 시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기림(1908~?)은 북한으로 건너간 뒤 남로당 계열로 숙청되면서 남북 문학에서 모두 기피인물이 됐다. 시집 『오랑캐꽃』의 이용악(1914~71)도 백석과 정지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설명이다.



 소설가 중에서는 김남천(3명)과 김사량(3명)이 문학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작가로 꼽혔다. 김남천(1911~52)은 문학이론가로 널리 알려진 까닭에 소설가로서의 성과가 묻혔고, 북한에서 미제 스파이로 처형된 것도 남북 모두에서 소외된 이유였다. 김사량(1914~50)은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식민지 시대에 일본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했던 까닭에 되레 연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설야(1900~71)는 월북 뒤 정치적 고위직에 올랐지만 곧 숙청된 뒤 남북 양측에서 외면당했다. 『금수회의록』의 작가인 안국선의 아들 안회남(1909~?)은 1940년대 강제징용 체험을 다룬 소설을 쓰며 한국 문학에 ‘신변소설’을 생산했다는 평을 받았다. 식민지 반봉건 사회 현실을 밀도 있게 구현한 이기영에 대해 이광호 서울예대 교수는 “이기영의 ‘고향’은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중요한 성취를 이룩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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