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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병사 존폐' 숙제 남긴 채 전역한 비

중앙일보 2013.07.11 00:52 종합 15면 지면보기
10일 전역한 가수 비(본명 정지훈)가 팬들과 취재진을 향해 거수 경례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10일 오전 8시10분 만기 전역을 하고 국방부 정문을 나서는 가수 비(본명 정지훈)의 표정은 평소보다 딱딱해 보였다.



 “충성! 병장 정지훈,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비가 거수경례와 함께 전역 신고를 하자 700여 명의 국내외 팬들은 목이 쉬어라 환호했다. 이날 국방부 앞에는 “비느님(비+하느님) 짱!짱!짱!”이란 포스터를 만들어 든 국내 팬들은 물론이고 대만·말레이시아·홍콩·태국에서 팬들이 찾아왔다. 미국과 터키에서 찾아온 팬들도 있었다. 일부 일본 팬은 전날(9일) 오후부터 국방부 앞 주차장에 자리를 잡았다. 가히 월드스타의 전역식이라 할 만했다.



 그들을 향해 비는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좋은 모습을 꼭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는 짧고 다소 의례적인 인사말을 한마디 더 한 뒤 흰색 레인지 로버 지프를 타고 사라졌다.



 홍보지원대 소속 병사(연예병사)를 내보내는 국방부의 ‘친절’도 팬들 못지않았다. 국방부는 소속 헌병들을 아침 일찍 정문 인근에 배치해 교통정리에 나섰다. 오전 6시 이전부터 헌병들이 “여기에 차를 대시면 안 된다”며 연신 직원들의 차량을 다른 곳으로 보냈다.



 “오늘(10일) 비의 전역식이 있어 외부에서 오는 차량들을 위해 직원들은 다른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한 직원이 헌병에게 “사병 하나 전역하는데 너무 과한 게 아니냐”고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마침 비는 미묘한 시점에 군문을 나섰다. 지난달 가수 세븐과 상추가 지방 공연 후 무단으로 외출해 안마시술소를 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재 연예병사 제도에 대한 국방부 자체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예기획사와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연예인의 입대 전 근무 조건, 휴가·외박, 휴대전화 사용 같은 ‘입대 조건’을 협상해 이면계약을 맺고 있다는 폭로가 민주당에서 나왔다. 이런 연예병사 제도에 대한 존폐 논란을 불러일으킨 게 바로 비 다. 그는 복무 동안 여배우 김태희씨와 매주 데이트하고, 일반 사병의 두 배에 이르는 휴가를 쓰면서 논란을 촉발시켰다. 그래서 표정이 환해 보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자신이 불을 댕긴 연예병사 존폐 논란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숙제만 남긴 채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글=정용수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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