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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뜻 이어 장학사업 손자며느리

중앙일보 2013.07.11 00:11 종합 27면 지면보기
정향국
시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20여 년 뒤에 시집 온 며느리가 고인의 뜻을 소박한 장학사업으로 이었다. 한국 최초 민간 여기자였던 추계(秋溪) 최은희(1904~84) 선생과 건축디자인업체 공간추계의 정향국(45) 대표 얘기다.


정향국 공간추계 대표
여성경제인의 날 총리표창
"추계언론재단 만들고파"

 정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 에서 열린 ‘여성경제인의 날’ 기념식에서 중소기업청과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선정한 여성기업유공자로서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기업을 경영한 지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직원을 해고한 적이 없고, 직원의 절반을 여성으로 고용해 승진·직무 등을 남녀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한 점 등을 평가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인의 맏손자인 이근백(50)씨와 결혼한 2008년부터 하고 있는 ‘여기자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 사업이다. 장안대를 시작으로 명지대·한양대·수원대 등의 언론 전공학생이나 대학언론사 소속 10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



 “액수가 많지는 않아요. 10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학생 수나 저희 형편에 맞춰서 해마다 들쭉날쭉해요. 하지만 ‘추계여기자최은희장학금’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학생들이 시할머님 같은 여성 언론인으로 성장하겠다며 자랑스러워해서 뿌듯합니다.”



 결혼 뒤 자신이 운영하던 건축업체 이름을 공간추계로 바꾼 것은 사업으로 재원을 마련해 언젠가는 추계언론재단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였다.



 공간추계의 작업도 여느 건축업체와 달리 인터랙티브(쌍방향) 미디어를 활용한 전시회 인테리어 등 첨단 미디어와 연관된 것이 많다. 정 대표는 “수익성보다는 창조적인 작업에 치중해왔다”고 말했다.



드라마 ‘아이리스2-아테나: 전쟁의 여신’ 세트를 맡았을 때는 극중 정보기관인 NTS의 상황실 벽면 한 면을 대형모니터로 구현했다. 농협중앙회의 ‘스마트브랜치’(대출과 본사 상담 등이 모니터를 통해 가능한 무인 지점)를 만들고, LED화면을 벽 전체에 설치해 계절과 교육 내용 등에 따라 영상을 계속 바꿀 수 있는 미디어 월(media wall)을 여러 공공기관에 설치했다. 추계미디어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고 영화·뮤지컬 등의 본격적인 미디어 사업도 모색 중이다. 정 대표는 “드라마로도 나왔던 만화 ‘쩐의 전쟁’의 저작권을 확보해 3차원(3D) 홀로그램을 무대에 적용한 뮤지컬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 축사를 했다.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한 건 처음이다. 금탑산업훈장은 박영숙 ㈜세영 대표가, 산업포장은 심혜자 ㈜태화물산 대표, 김숙희 ㈜삼성금속 대표가 수상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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