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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경제팀의 운명

중앙일보 2013.07.11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현오석 경제팀이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경제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는 물론 여당과 대통령까지 경제부총리의 경제상황 인식과 리더십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최경환 원내대표는 9일 “심각한 상황인식과 발 빠른 대응이 절실한데도 정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경제팀이 (경제상황을) 안일하게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 석상에서 “국민과 밀접한 문제는 부처 간 협업과 토론을 통해 타당성 있는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언론에는 부처 간 이견만 노출된다는 게 문제”라며 “경제부총리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 개선대책을 수립하고 보고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사실상 주요 정책사안의 부처 간 조율과 경제 현안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질책에 가깝다. 새 정부 들어 경제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쌓여가는 가운데 급기야 대통령까지 경제팀의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현오석 경제팀이 넘겨받은 경제상황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것이었고, 정부 출범이 늦어지는 바람에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터져나오는 경제팀에 대한 비난과 질책은 지나친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경제팀에 대한 작금의 부정적 시선은 경제정책의 성과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정책의 입안과 수행능력에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경제여건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 그간 경제팀의 행태를 보면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현오석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 구성원의 개인적인 역량과 성향의 한계도 있겠지만, 팀으로서 정책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본다. 즉, 집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전·현직 관료와 학자 출신으로 구성된 경제팀은 태생적으로 정책을 주도하기보다는 대선 공약과 청와대의 주문에 끌려다니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경제팀이 주도적으로 경제상황을 파악해 단기 처방과 장기 비전을 내놓지 못하다 보니 이미 정해진 공약 사항과 대통령 지시사항을 받아적기에 바쁜 것이다. 힘이 실리지 않은 경제팀에 확고한 리더십과 발 빠른 대처를 기대하긴 무리다. 이 같은 구조를 깨지 않고는 경제팀이 안고 있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



 이제 현오석 경제팀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전문가적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 경제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그에 맞는 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하느냐, 아니면 지금처럼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받아쓰기에 전념하느냐다. 전자라면 자리 보전이 불안하지만 경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후자라면 경제를 망쳤다는 불명예를 뒤집어 쓸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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