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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 장손 가문 먹칠 … 부족 추장직 박탈 위기

중앙일보 2013.07.09 00:42 종합 19면 지면보기
넬슨 만델라의 장손 만들라(오른쪽)가 지난 4일(현지시간) 남아공 음베조에서 어머니(만델라 차남 마카토의 부인)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만들라는 집안 묘 이장과 관련해 만델라의 큰딸 마카지웨가 낸 소송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음베조 AP=뉴시스]


넬슨 만델라(95)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한 달째 입원한 가운데 가족의 불협화음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엔 장손 만들라(39)가 부족 지도자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현지 언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집안 묘 이장 등 가족과 분쟁
템부족 왕 "지도자 자격 없다"



 남아프리카방송사(SABC) 인터넷판에 따르면 만들라가 속한 템부족의 즈웰리반지 달린뎨보 왕은 지난 5일 만들라의 음베조 추장 직위 박탈을 결정했다. 만들라가 만델라의 세 자녀 유해를 이장함으로써 가족과 분쟁을 일으키고 마디바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다. 마디바는 남아공 트란스케이주 음베조에 뿌리내린 템부족의 한 지파다. 남아공에서 만델라를 부르는 존칭으로도 쓰인다.



 달린뎨보는 또 만들라가 템부족 왕권을 찬탈하려는 음모를 꾸미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만들라는 이러한 혐의를 일축했다.



 만들라 축출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남아공에서 부족왕은 지방자치단체에 특정인의 추장직 박탈을 건의할 수 있을 뿐 실행 권력은 없다. 이번 소동은 만델라 사후를 의식한 가족들의 이권 다툼에서 비롯됐다. 만델라의 묘는 전 세계인의 ‘성지 순례’ 장소가 될 게 뻔하다. 만델라는 평소 자신의 묫자리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먼저 떠나보낸 세 자녀의 유해 인근에 묻힐 것으로 추정됐다. 세 자녀가 묻혔던 쿠누는 만델라가 유년기를 보낸 곳이고 현재도 만델라의 자택이 있다.





 그러나 음베조 추장인 만들라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만델라의 차남인 마카토(1950~2005)를 비롯한 3명의 무덤을 2011년 쿠누에서 음베조로 이장했다. 만델라가 태어난 곳에 안식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만들라는 당시 음베조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 호텔을 신축 중이었다. 이에 만델라의 장녀 마카지웨(60) 등 가족 15명은 세 자녀 유해를 다시 쿠누로 옮겨야 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내 승소했다. 유해는 지난 4일 쿠누에 이장됐다.



 지난달 8일 폐 감염증 재발로 수도 프리토리아의 메디클리닉심장병원에 입원한 만델라는 “위독하지만 안정된 상태”(제이컵 주마 대통령실)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AFP통신은 만델라 자녀 유해의 이장 문제를 둘러싸고 가족이 지난달 26일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입수해 “만델라가 영구적 식물인간 상태이며 생명유지장치를 끄라는 의료진 권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남아공 정부는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이와 관련, SABC는 7일 만들라가 법원에 관련 문건을 제출한 마카지웨 측 변호사들을 상대로 현지 변호사협회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만델라의 병세에 대해 불확실한 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에서다.



 만델라는 3번의 결혼에서 6명의 자녀를 얻었다. 첫 결혼에서 낳은 장남 마디바 템비 템베킬레(1946~69)를 비롯해 3명을 앞세워 보냈다. 첫째 부인 사이에서 둔 마카지웨와 두 번째 결혼생활에서 태어난 제나니(55)와 진지와(53) 등 세 딸이 남아 있다. 마카지웨와 제나니는 만델라 재단 운영을 놓고 아버지의 옛 동지들과 소송전을 벌이는 등 만델라의 말년은 가족의 법정 다툼으로 얼룩졌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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